신설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정치 논리에 휘말려 애초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과는 달리 용두사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계와 학계가 대대적으로 반발했다. 방송정책과 방통 융합 업무 등의 방송통신위원회 존치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하는 정치권에 당리당략에 앞서 국가 발전을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보방송통신 발전을 위한 대연합(운영위원장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이하 ICT대연합) 운영위원장은 20일 `차기정부의 ICT 정책통합`을 촉구했다.
학자는 물론이고 산업계까지 ICT 기능을 제대로 통합하지 못한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하면 당초 추진한 박근혜 정부의 ICT 정책 통합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드러난 ICT 정책 중복과 충돌을 반복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송 위원장은 이날 “논의 중인 개편안은 여야 양당의 당초 공약, 인수위 발표 내용과 달리 ICT 생태계 정책 기능을 전혀 통합하지 않은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국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콘텐츠(C), 플랫폼(P), 네트워크(N), 기기(D)를 아우르는 ICT 생태계를 전담할 정부 조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영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부회장은 ICT 기능을 제대로 통합하지 못한 미래부 기능 설계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노 부회장은 “현 정부의 4개 부처로 분산된 ICT 정책이 5개 부처로 분산되는 등 지난 5년간의 과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부처 간 정책 충돌을 조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혼란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임주환 ICT미래포럼 의장은 “ICT 전담 부처 설립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현 정부에서 4개 부처로 ICT 정책 기능이 분산된 때문”이라며 “극심한 갈등과 비효율을 초래할 방송통신 분리, 방송통신 융합 가치 훼손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부의 기능 미완성 우려에 학계도 공감했다. 박진우 고려대 교수는 “ICT 통합이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방송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진흥과 규제 등 정책 분리에 우려를 표명했다. 정충식 경성대 교수는 여야의 정치적 흥정을 경계했다. 정 교수는 “합의제 방통위 존치 문제를 정치적으로 타협하려 한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분산 체제로 ICT 정책 성공을 담보할 수 없고 국가미래성장 동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미래부를 빈껍데기로 전락하게 방치하지 말아야 하며, 민주당은 국민이 박근혜 정부를 선택한 뜻을 존중해 새 정부 출범에 협력한 이후 성과를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게 순리라는 지적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