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희망의 새 시대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자.`

25일 오전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국회 앞마당. 행사장을 가득 메운 7만여 시민의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국민대통합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달라는 염원은 같았다. 지팡이에 의지해 어렵게 걸음을 옮기는 할아버지도, 엄마 손을 꼭 잡고 취임식장을 찾은 초등학생도, 단상 위에서 박 대통령의 등장을 기다리던 정치인들도 이 순간 만큼은 모두 하나였다.

◇사물놀이에서 강남스타일까지= 식전행사 시작은 오전 9시 20분이었지만 7~8시부터 취임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행사 시작 시간이 임박하자 자리를 찾는 사람들, 기념촬영을 하려는 사람들로 뒤엉켜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하나로 모은 것은 김덕수 씨가 이끄는 신바람 대통합풍물단의 길놀이였다. 흥겨운 사물 장단에 이어 김영임 명창과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민요합창단이 `쾌지나 칭칭나네`를 열창하자 축제를 즐길 준비가 갖춰졌다.

식전행사 사회는 개그콘서트 출연진이 맡았다. 전 지역·계층·세대가 공감한다는 취지를 담은 `시대공연`이 이어졌다.

지난해 대선 직후 박 대통령에게 훈계성 반말을 해 행정지도 조치를 받은 개그콘서트 `용감한녀석들` 팀도 무대에 섰다. 특유의 직설은 생략하고 초등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의 희망사항을 소개했다.

분위기는 글로벌 인기 가수로 떠오른 싸이의 무대에서 절정에 올랐다. `챔피언`을 외치며 등장한 싸이는 두 번째 곡 `강남스타일`을 부르기에 앞서 모든 참석자들에게 일어날 것을 권유했다. 국민 참석자들은 물론 단상 좌석에 있던 일부 내외빈도 흥겹게 `말춤`을 따라 췄다.

◇박 대통령, 국민대표와 함께 등장= 취임식 본 행사가 시작되는 11시가 가까워오자 단상 내외빈석도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전두환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등 전직 대통령 인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건강을 이유로 불참했다. 지난 대선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 후보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10시 55분경 현장에 도착해 사전 선발된 국민대표 30인과 단상에 올랐다. 소년소녀가장 이수진 씨, `리틀싸이`로 알려진 다문화가정 어린이 황민우 군, 장미란 전 역도 국가대표 선수 등이 함께 했다.

식순에 따라 애국가 제창 등이 끝나자 김황식 국무총리가 식사를 했다. 김 총리는 “박근혜정부가 국민행복의 희망찬 새 시대를 활짝 열고 우리나라를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지구촌 모범국가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새 정부를 성원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결연한 표정으로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 선서를 마친 박 대통령은 군악대로부터 경례를 받자 거수경례로 답했다. 여성 대통령이 거수경례로 답하는 우리나라 역사상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연출됐다. 새 대통령 취임을 알리는 예포 21발이 국회 본관 옆에서 60초간 발사됐다.

◇희망의 새 시대로= 박 대통령이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취임사를 낭독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때로는 비장한 표정으로, 때로는 밝은 표정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내용을 담은 취임사를 했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언급할 때는 가볍게 주먹을 쥐기도 했다. 취임사를 읽는 20여분 간 30회 이상 박수가 나왔다.

취임사 이후 본 행사 축하무대가 펼쳐졌다. 뉴에이지 뮤지션 양방언 씨가 작곡한 `아리랑 판타지`를 안숙선 명창, 가수 인순이, 재즈보컬 나윤선, 뮤지컬배우 최정원 씨가 함께 불렀다.

이어 `나의 살던 고향`이 장내에 연주되는 가운데 전 대통령 환송 행사가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단상에서 내려와 차량에 탑승하는 이 전 대통령 내외를 직접 환송했다.

박 대통령은 나머지 주요 귀빈들과 인사를 나눈 뒤 광화문 취임행사장으로 떠나기 위해 리무진 승용차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인도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에 답하기 위해 차 지붕을 통해 상체를 내밀었다. 취임식장에서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과 달리 활짝 웃는 표정이었다. 그는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시민들 환호에 일일이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떠나자 행사장을 찾았던 7만 시민들도 하나둘 자리를 일어섰다. 어린 아이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양승업(34세, 경기도 동탄)씨는 “공평하게 일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부양과 복지가 잘된 나라를 만드는데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