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첫` 대통령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보다 특별한 `첫` 기록을 세운 대통령이다. 그는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사망하자 `퍼스트레이디`를 대행했다. 25일 취임과 함께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 `첫` 이공계 대통령이란 별칭도 받았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여성`과 `과학기술계`에서 박근혜 정부를 환영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의 `첫` 기록 중 안타까운 것도 있다.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조직도 없는 정부를 이끌고 가는 `첫` 대통령이다. 반쪽짜리 정부의 출범이다. 정부 조직개정안 통과가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국무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도 남았다.

박 대통령이 취임 첫날 유일하게 언급한 정부부처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다. 그는 취임사에서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제가 핵심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 과학기술과 IT 산업이 있다”며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과학기술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론으로 제시한 것이 `미래창조과학부`다.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주인공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구성 당시 미래부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이 부처가 구체적인 역할을 설정하는 데 넘어야 할 벽이 산재해 있다. 우선 부처 이기주의다. 각 부처에서 미래부를 둘러싼 업무 권한을 놓으려 하지 않다 보니 소음이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 다툼도 문제다. 여당과 야당이 방송통신위원회 일부 기능을 미래부에 이관하는 사안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 치의 양보가 없는 국회를 보면 정부 출범이 안중에 있는지 의문스럽다.

창조경제를 이끌 추진력이 될 것이라 평가됐던 미래부다. 기초과학분야 연구개발(R&D) 단계에서 특허창출 등 지식재산(IP)권화, 산업 응용에 일자리 창출까지 창조경제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미래부 산하로 새로 편입되기로 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누구와 함께 할지 모른 채로 윗선의 결정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권과 일부 부처 이기주의가 정부를 멈추게 한 `첫` 사례를 만들지도 모른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