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 수출길, 정부가 열어라

몇 년 전 이스라엘 대사관 관계자가 찾아왔다. 방문 목적은 이랬다. 이스라엘 소프트웨어(SW)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우리 시장에 팔아줄 기업을 소개시켜달라는 요청이었다. 대사관 업무와 무관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즉답이 돌아왔다. 자원이 부족한 이스라엘은 국가 먹거리가 지식산업이고 이것을 활성화하는 것이 대사관의 중요한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국 기업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소상하고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다.

그보다 몇 년 전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정보보호 솔루션을 공급하려면 국가정보원 등이 보안성을 심사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이 인증은 심사를 위해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 기술 유출을 우려한 해외 업체들이 불합리하다며 인증제를 반대했다. 당시 정부는 국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인증제가 불가피하다며 강행했다. 이 방침이 알려지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이 국정원에 전화를 걸어 “우리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항의를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상당히 위압적`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얼마 전 솔루션 업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조찬 행사가 있었다. 해외 컨퍼런스 참가를 주제로 한 회의다. 일본에서 열리는 솔루션 행사에 한국관을 열어 공동 참가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전시 부스 설치비용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방법을 서로 묻고 알려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정부 지원이 부스 설치비용 밖에 없냐고 묻자 업계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 지원도 감지덕지라고 답변했다.

우리나라 SW 시장은 세계 시장의 1%에 불과하다. 정부 당국자들은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는 99% 시장을 향해 매진해야 한다며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해 SW 수출이 기록적으로 성장한다며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은 수출 주력 상품 육성 약속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수출 현장에 우리 정부나 산하기관 관계자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SW시장 문을 두드린 지 10여년이 지났다. 아직 큰 성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기술과 자금, 인력을 총동원해도 성과보다 손해가 컸다. 현지 기업들과의 경쟁은 물론 관행과 법제도, 문화 등 넘어야 할 벽이 한둘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해외 진출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최근엔 해외에 먼저 나간 기업들이 후발 기업들을 지원하거나 공동 사업체를 설립해 진출하는 등 협력 모델도 늘었다.

여전히 아쉬운 것은 정부 지원이다. 일부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역할을 다 했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우선 우리 기업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험한 일, 귀찮은 일에도 앞장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여 한다. 그 때 비로소 SW 해외 수출길은 제대로 열릴 것이다.

서동규 비즈니스IT 부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