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소송대리권 표류, 업계 "선택의 자유 달라"

변리사에 특허침해 소송대리인 자격을 부여하는 `공동소송대리권` 도입이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식재산(IP)분쟁 해결 제도 선진화 방안으로 떠오른 공동소송 대리권 도입이 늦어짐에 따라 발명가·기업 등 특허권자의 피해가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소송대리권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부실 소송 등 부작용이 크다며 빠른 합의를 재차 촉구했다.

자료 :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 네오알앤에스 공동
자료 :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 네오알앤에스 공동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관계자는 “IP 분쟁해결제도선진화 특별위원회에서 `선택적 공동소송대리권` 도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6개월 연장안을 검토 중”이라며 “전문위원 임기를 지난 날짜여서 내부적 반발이 있는 상황”이라고 14일 밝혔다.

선택적 공동소송대리권은 기존처럼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두고 소송당사자가 선택적으로 변리사에게 추가 대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지재위 측은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이공계 출신 변호사가 나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특허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단기적 해결방안인 공동소송 대리권은 여러 가지 방법론이 나왔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단기적으로 변리사는 변호사회에서, 변호사는 변리사회에서 주관하는 전문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공동소송 대리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재위 관계자는 “또 다른 IP 분쟁 해결제도 선진화 안건인 `특허법원 관할집중화`는 잠정적으로 찬성 쪽으로 합의됐다”면서도 “선택적 소송대리권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10년 이상 논쟁을 펼쳤던 공동소송 대리권이 지재위 출범으로 도입에 속도를 더하는 것으로 기대했지만 진척이 없어 실망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특허담당자는 “공동소송대리권 제도 도입 양상이 변리사와 변호사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지 않으려면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소송당사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네오알앤에스가 산업계 특허업무담당자 30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변리사·변호사 공동 소송대리는 43%가, 기업이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29.8%가 찬성했다. 기업 10곳 7곳이 선택적 공동소송대리권 도입을 찬성한 것이다(본지 1월 14일자 참조).

업계 요구가 제도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 지재위 관계자는 “지재위 내부에서도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데 국회에서는 어떤 반발이 있을지 모른다”며 “17대·18대 국회에서처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하다 회기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재위가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지재위 합의안이 나와 입법개정 발의를 하더라도 국회 통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공동소송대리권은 지난 2004년 9월 이공계대학장 118명의 청원으로 국회에서 다뤄졌다. 2006년 공동대리에 관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7대·18대 국회 모두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8월에는 헌법재판소가 “변리사에 소송대리권을 주지 않는 것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법원이나 법사위나 모두 법조계 성벽을 쌓는 `한통속`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