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이 내정됐다. 조만간 새 정부 `창조경제` 정책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출연연구기관이 모인 대덕에선 너도나도 `창조경제` 개념정립이 한창이다. 박 대통령에게 `창조경제` 마인드를 심어줬다는 KT부사장 출신 윤종록 연세대 융합공학부 교수의 번역서 `창업국가`도 다시 주목 받았다.
출연연 정책의 큰 가닥은 융·복합 연구개발(R&D) 시스템 구축과 혁신이다. 코드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창의 아이디어 도출, 기술사업화 등으로 요약됐다. 그동안 대부분 고민했던 얘기들이다. `식상한 밥상`을 피하려면 운용의 묘를 잘 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국가`는 이스라엘의 경제성장 비결을 다룬 책이다. 2000년을 떠돌다 정착한 나라, 늘 전쟁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면서 자원이라곤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는 나라, 자원이라곤 `머리` 밖에 없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우리와 유사한 면이 많다.
이스라엘도 우리처럼 1948년 국가를 선포했다. 전쟁을 겪은 것이나,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사는 것도 우리와 같다. 맨 바닥서 시작한 경제 출발선도 비슷하다. 반도체나 의료산업 등 첨단산업에 강한 산업구조도 우리와 닮았다.
지난해 국민 1인당 GNP 3만 4000달러에 올라선 이스라엘의 성공비결을 하나로 요약하라면 `다브카(davca)`라는 히브리어 단어를 꼽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뜻의 이 단어는 실패와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스라엘인의 마음가짐을 단적으로 나타냈다.
우리는 더한 저력이 있다. 6·25 전쟁으로 잿더미서 시작해 60년 만에 수출입 총액이 1조 달러가 넘는 강소국가로 도약했다. 1962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GNP는 83달러였다. 현재 2만 4000달러 수준이니 무려 289배나 늘어난 셈이다. `한강의 기적` 뒤엔 우리에게 어려웠던 시절을 견디게 한 `헝그리 정신`이 있었다.
최근 윤 교수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강연에서 `I&D(상상&개발)`이 창조경제의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융합론도 폈다. 맞는 트렌드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내정자도 ETRI 원장시절 융합과 미래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실험을 많이 했다. 출연연 사상 처음 `미래부(융합기술미래기술연구부)`를 도입했다. 연구원 중소기업 현장 파견제도 시행했다. 연구의 품질을 따진 `Q`마크제도 시행했다. 하지만 모두 미완이다. 좀 더 손을 봐야한다.
이를 받아들이는 기술인의 적극적인 인식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책무 달성 여부는 기술인에 달렸다.
출연연을 창조경제의 씨앗으로 만들기 위해선 15년간 쌓인 `먼지`부터 털어내야 한다. 솔개처럼 자신의 부리와 발톱, 깃털을 뽑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삼성 같은 일등 기업 신화가 곳곳에서 등장할 일이 생긴다.
`식상한 밥상`이든 `참신한 밥상`이든 기술인들이 만든다.
박희범 전국취재부장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