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도 맞춤형 반도체화…다품종·대량생산 시대

앞으로는 메모리 반도체도 고객사별로 기능을 달리한 맞춤형 반도체로 진화할 전망이다. 시스템반도체에서 주로 적용되던 주문형반도체(ASIC) 개념이 범용으로 인식되던 메모리 분야에도 확산되고 있다. ASIC은 세트 업체가 특별한 기능과 사양을 주문하면 팹리스나 종합반도체회사(IDM)가 이에 맞는 반도체를 설계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부가가치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컨트롤러 내장형(eMMC), 맞춤형 패키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컨트롤러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낸드플래시의 성능을 바꿔주는 기능을 한다. 각 셀 작동 방법에 따라 읽고 쓰는 속도와 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대부분 사용하던 기존 데스크톱·노트북PC는 인텔 CPU가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기능을 갖고 있어 범용 낸드플래시로 얼마든지 세트 조립이 가능했다. 범용 메모리만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시장이다.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애플은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낸드 컨트롤러를 내장하고 있지만 맞춤형 패키지를 공급 받는다. 메모리 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요구하는 낸드플래시 패키지는 일반적인 플립칩 기반이지만 구조와 두께, 모양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대응 전담팀을 두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라인으로 전환 중인 미국 오스틴 공장(S2)을 초기에 애플 전용 라인으로 구축했을 정도다.

퀄컴·삼성전자 등이 생산하는 AP는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지원 기능이 없다. 각각 AP와 세트 시스템에 맞는 메모리를 주문해서 써야 한다. 업체별로 원하는 사양이 다르다.

앞으로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메모리와 AP·베이스밴드 등 시스템 반도체가 결합하면 더욱 다양한 종류의 특화 메모리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를 AP에 포함시키는지, 빼는지에 따라서도 TSV 웨이퍼 구성은 달라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PC 시대에는 인텔이 표준을 정하면 메모리는 이에 맞춰 범용으로 제작됐지만 이제는 각 세트 업체마다 고유한 메모리 스펙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