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은 물론 연구개발도 현지화해야 한다.`
지난 20일 개막한 `상하이모터쇼`에서 만난 현대자동차 고위관계자의 발언에는 해외 자동차 업체로써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이 담겨있다. 연간 자동차 판매량 2000만대를 넘는 중국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지 오래다. 상하이모터쇼 현장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현지 업체의 신차는 물론 세계를 주름잡는 슈퍼카까지 총출동,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진출 이후 10여년 간 생산능력을 꾸준히 늘리며 성장을 지속해 왔다. 최근에는 현지 누적판매 400만대를 돌파했다. 이 와중에 중국 자동차 시장 터줏대감인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미국, 일본업체와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100만대 판매에 도전한다. 이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네 번째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연구개발 현지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상하이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한 `미스트라`는 중국시장만을 위해 개발한 중형급 전략 모델이다. 특히 미스트라는 한국과 중국의 연구소가 협업해 개발한 첫 번째 제품이다. 기존의 양산모델을 들여와 중국시장에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답보할 수 없다는 고민의 대안인 것이다. 이제 중국의 현지 연구개발 기능을 확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최성기 베이징현대 총경리(부사장)는 “2017년 연간 판매 200만대 돌파를 위해 중국시장을 위한 전략 모델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 전용모델 출시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며, 중국의 연구개발 기능과 역할도 신차 기획 및 부분 변경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생산 현지화에 이어 연구개발 기능까지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어서 시선을 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아직까지 중국을 생산기지로만 활용한다는 점을 놓고 보면 분명히 파격적인 시도다. 또 이 과정에서 기술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고민스럽다. 하지만 중국을 잡지 않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 현대차의 고민과 생존 전략이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내년 이맘때쯤 미스트라의 판매 성적이 판가름해 줄 것이다.
상하이(중국)=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
양종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