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 대세다.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모아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정보기술(IT)이 각 산업에 스며들면서 융합을 위한 매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IT와 궁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이오 기술(BT)`이다. 세라젬메디시스는 IT와 BT융합 분야를 개척한 주역이다. 이진우 세라젬메디시스 대표(42)는 “바이오IT 분야가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바이오에 투자가 다소 늦었습니다. 대략 5~6년 기술 격차가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가 강합니다. 주로 국책사업으로 신약 개발, 복제생물 인공장기, DNA칩과 같은 분야에 집중한 덕분입니다. 반면에 IT는 소프트웨어 보다는 메모리·컴퓨터·휴대폰과 같은 장치산업에 경쟁력이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훨씬 강합니다. 다행히 두 분야 강한 고리가 서로 다릅니다. 두 강점을 잘 활용하면 확실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IT와 BT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주저 없이 `생체진단`시장을 꼽았다. “기존에 생체진단은 검사실 위주의 검체 관리로 검사시간이 오래 걸렸고 판독하는 데도 전문가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반면에 BT 융합 기술을 적용하면 소형화와 시스템화가 가능해 활용성도 높이고 훨씬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원격의료(Telemedicine)와 현장 진단(Point of Care)을 구현해 의료 환경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지능형 의료시스템·정밀의료 영상기기·예측 의료시스템 등 다양한 융합 분야가 있지만 가장 기대가 높은 분야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기전자공학과 박사까지 마친 공학도지만 정작 잔뼈가 굵은 건 바이오 현장이다. 바이오업체 사업본부장을 거쳐 필로시스·휴빛이라는 바이오벤처를 직접 설립했다. 지금은 휴빛을 의료기기업체 세라젬으로 흡수시켜 바이오 융합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화로 기술흐름이 바뀌면서 바이오에 IT를 접목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개발해 보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바이오·헬스 분야에 많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실제 제품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융합기술이 부족한 때문입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제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보였습니다.”
이 대표는 특히 만성질환·혈당·현장진단기기와 같은 디지털 진단기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메디시스는 특히 IT를 접목해 진단기 대표 소모품인 `스트립(Strip)`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스트립은 진단에 쓰이는 바이오센서. 이전까지 스트립은 천편일률적인 사각형의 얇은 필름 형태였다. 눈에 띄는 차별화 요소가 없어지면서 국내업체는 대만·중국산과 치열한 가격 경쟁이 불가피했다. 이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디자인 형태로 바꾸면서 원가를 크게 절감했다. 측정의 정확도도 높였다.
“국제 품질기준 `ISO15197`을 상회하는 정확성을 갖춰 0.5마이크로리터(㎕, 1㎕는 100만분의 1리터)의 적은 혈액으로도 혈당을 측정합니다. 5초 만에 측정 결과를 확인해 측정 시간을 줄이고 사용자 편의를 높였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손잡이형 혈당 스트립 형태로 사용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감성 공학 제품입니다.”
메디시스는 이 제품 뿐 아니라 헤모글로빈(혈색소)·당화혈색소(HbA1c) 측정기도 자체 개발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제품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중국·인도·말레이시아 등 40여 개국 70개 기업에 공급한다. 80여명 직원 중 20여명이 R&D 인력일 정도로 연구개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비전 2020을 선포하면서 2020년 기업가치 1조원, 연매출 3000억원 달성의 목표로 내세웠다. 이 대표는 “바이오 분야는 아직은 표준화가 안 돼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대기업이 진출하기 힘든 시장”이라며 “BIT융합 분야의 대한민국 간판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