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펫(FinFET)·3차원(3D) 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놓고 국내 장비 업체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미세공정을 주도한 핵심 장비는 노광기였으나, 해외 선두 장비 업체들이 극자외선(EUV) 등 차세대 노광기 개발에 한계를 보이면서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화학 증기증착(CVD)·화학적 기계연마(CMP)·식각(Etch) 장비를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CVD·CMP·식각 장비 및 관련 소재는 상당 부분 국산화됐고,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수혜가 기대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장비·소재 업체들은 최근 핀펫·3D 낸드플래시·쿼드러플패터닝(QPT)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14나노 핀펫 공정을 시스템 반도체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핀펫은 트랜지스터 모양이 물고기 지느러미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반도체 업계는 10나노대 미세 공정 진입을 위한 필수 기술로 핀펫을 꼽는다. 2차원 트랜지스터의 절반 수준 전압에서 구동할 수 있고, 누설 전류량도 훨씬 적다. 핀펫 트랜지스터를 형성하는 데 식각·CMP 공정이 추가로 필요해 솔브레인·케이씨텍 등 국내 장비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시바 등 반도체 업체는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3D 낸드 플래시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적층해 용량을 높인 제품이다. 기존 낸드 플래시가 일반 주택이라면 3D 낸드 플래시는 아파트에 비유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반도체 업체들은 낸드 플래시 집적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수직으로 트랜지스터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연구개발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3D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려면 기존 공정보다 화학증착기(PE CVD)와 식각액을 4배 이상 써야 한다. PE CVD를 만드는 원익IPS와 식각액을 생산하는 솔브레인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V를 대체할 수 있는 QPT 공정이 확산되는 것도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에 긍정적이다. QPT는 기존 더블패터닝(DPT) 공정을 두 배로 늘려 미세 패턴을 구현한 기술이다. CVD와 식각 공정이 두 배로 늘어 DPT 대비 70% 이상 비용이 늘어난다. 고유전(high K) 소재인 산화지르코늄(ZrO₂)을 생산하는 디엔에프, CVD 가스를 공급하는 원익머티리얼즈, 원자증착기(ALD)를 생산하는 유진테크가 QPT 공정 확산의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국내 장비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며 “침체된 반도체 장비·소재 시장에서 차세대 반도체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 관련 국내 장비·소재 업체 현황
*자료 : 업계취합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