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ITC, 이례적 표준특허 침해 판결…삼성 승기

삼성 특허소송 승기 잡았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5일 예비판결을 뒤집고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하면서 다른 소송과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자국기업을 보호한다는 비난을 받던 ITC가 애플제품의 미국내 수입금지까지 가능한 특허침해를 판결한 배경도 주목된다. 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구형 제품만 이번 판결에 해당되고, 애플이 항소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입금지가 보류되기 때문이다.

◇FRAND 선언한 표준특허도 보호=ITC는 판결문에서 `애플 제품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ITC가 애플이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 특허는 3G 무선통신 관련 표준(특허번호 348)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3G 이동통신 관련 필수 표준특허다. 삼성전자가 함께 제기한 다른 특허 3건에 대한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348 특허는 삼성전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사용을 위한 `프랜드(FRAND)`를 선언한 특허다. 애플은 FRAND를 선언한 특허로 인해 수입금지가 되는 조치는 옳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FRAND는 특허기술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통신표준연구소(ETSI)에서 제정한 특허기술 사용에 관한 예외 조항이다. FRAND를 선언한 표준특허는 누구나 사용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표준특허를 보유한 회사가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거나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면 도리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수입 금지를 결정한 이번 ITC 판결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동준 특허법인 수 대표변리사는 “표준특허에 대해 ITC가 수입금지가 가능한 침해 판결을 내린 것은 예외적이라서 놀랐다”면서 “하지만 이번 결과가 다른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영향은 거의 없어=이번 판결에 해당되는 제품은 아이폰3, 아이폰3GS, 아이폰4와 3세대(3G)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아이패드, 아이패드2 등이다. 대부분 구형모델이어서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이폰4와 아이패드2는 지금도 미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4S 이후의 제품은 이번 판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최신 제품이 제외된 것은 퀄컴 칩을 사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퀄컴은 삼성전자에 특허 사용료를 내고 칩을 만든다. ITC는 퀄컴 부품을 사용한 제품은 삼성과 직접 특허 사용 계약을 맺지 않아도 된다는 `특허소진론`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4 이전 제품에는 인텔칩을 사용했다.

수입금지가 시행되려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라는 비난을 감수하고까지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ITC가) 수입금지 결정을 너무 쉽게 내리는데, 일반 법원처럼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변수다.

오세일 인벤투스 대표변리사는 “판결이 끝난 것이 아니고 애플이 항소할 것”이라며 “이미 아이폰4 등을 판매할 만큼 판매했고, 항소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애플이 입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환영`, 애플 `항소`=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ITC 결정은 애플이 삼성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적재산권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반면 애플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휴것 애플 대변인은 “ITC가 예비판정 결과를 번복한 것에 실망했다”며 “이번 판결이 미국내에서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데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