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 특허를 침해했다는 ITC 최종 판결로 양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기술을 인정받았고,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오명도 벗게 됐다. 반대로 애플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향해 디자인 특허 등을 모방한 카피캣이라고 비난해 왔으나 도리어 특허를 침해한 카피캣이 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아이폰4 등 일부 제품을 미국에 수입할 수 없어 수익 면에서도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ITC 판결로 삼성전자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카피캣이라는 꼬리표를 뗀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법원에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 인정돼 10억달러 배상 판결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 특허를 애플이 침해한 것을 미국에서 인정받으면서 실추됐던 이미지를 다시 세울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기업이라고 비난해 왔으나 정작 애플 역시 특허를 침해하게 돼 체면을 구겼다. 아직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을 수입할 수 없게 되면 경제적인 손실도 입는다. 다만 애플이 ITC에 항소하면 최종 결정까지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미 아이폰4 판매가 의미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피해로 연결되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양사에 표면적인 결과와 상반된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특허소송 전문 변리사는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가 얻는 장점이 커 보이는데, 단점도 있을 것 같다”면서 “브랜드를 중시하는 기업은 소비자 이미지가 좋아야 하는데,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법원 판결과 함께 10억 달러 배상 결정이 내려졌을 때 미국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던 일과 유사하다는 뜻이다.
이 변리사는 “당시 미국에서만 무효성 있는 디자인 특허를 인정하면서 오히려 애플 이미지가 나빠졌다”면서 “반대로 이번에는 FRAND 정신 위배라는 지적과 함께 삼성이 제시한 로열티도 합당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삼성 이미지가 나빠지고, 애플이 동정론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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