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정부를 `빅브러더`로 만든다

미국 정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감시하는 `빅브러더`의 출현을 알렸다. 미 정보 당국은 이미 기술적으로는 국경을 넘나들며 개인을 감시하는 `글로벌 빅브러더`의 수준을 갖췄으며 현재 이를 막을 제도도 충분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10일 타임 등 외신은 이번 미국 정부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명분으로 `빅데이터`를 악용하는 빅브러더로 변신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사례를 처음 폭로한 영국 가디언은 곧이어 영국 정부 역시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모바일 기기 및 웹 브라우저와 결합해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광고를 보여주고 개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기업의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테러리스트를 검거하기 위한 추적 도구로 쓰이며 인류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논란은 기술의 사용 주체와 목적이 달라지면 독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 정부 개인정보 수집논란은 안전과 행복을 보장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개인정보를 검열해 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긴다. 수집된 정보 범위는 이메일, 실시간 메시지, 동영상, 사진, 파일전송, 음성채팅, 로그인 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까지 광범위했다.

페이트머 카티블루 포레스터리서치 연구원은 “미 정부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패턴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누가 어디에서 전화를 받았는지 등 장소에 관한 정보는 일급기밀 전략수립에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브러더`의 출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제도 역시 사건을 키운 장본인이다. 제임스 클레퍼 국가정보국 국장은 프리즘 프로젝트가 테러 방지와 국가안보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정보수집 방식은 아니며 프리즘의 적용 대상이 미국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검열과 감시를 금지하는 헌법위반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다.

반면에 연방 사법당국이 규정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IT 기업에 정보공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정부가 특별법원의 명령서만 받으면 영장이 없어도 국적무관 특정인에 대한 감시가 가능하다. 외국인에게는 거의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는 셈이다.

데이비드 블라덱 조지타운대학 법학과 교수는 “정부는 일반인의 상상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국경을 넘는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정보수집 자체도 문제지만 수집된 정보를 본격적으로 활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의 여파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