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웹보드게임 규제의 막전 막후

웹보드게임을 둘러싼 업계와 정부의 신경전이 볼썽사납다.

사실 웹보드게임에 정부가 칼을 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국 방방곳곳에 들끓던 사설 도박장을 온라인으로 옮겼다는 서비스 초창기부터, 바다이야기로 사행산업이 정점을 찍고, 불법 환전소 등장까지 한시도 규제의 오랏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데스크라인]웹보드게임 규제의 막전 막후

새 정부 들어 4대 사회악(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척결 논리와 맞물리면서 다시 불똥을 맞았다.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고스톱·포커로 대표되는 웹보드게임의 게임성을 완전히 없애서라도 `돈이 오가는 구조` 자체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웹보드게임=사행성`이란 공식에서 정책적으로 자유로워지겠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웹보드게임이 일부 그릇된 이용자들로 인해 다수의 금전적, 정신적 피해가 발생하고 일부 자살 시도나 파산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게임의 덫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한 현실도 맞다.

그렇지만, 이를 일반적 이용자나 선의의 회원들 전체 문제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사실 문제의 근원과 같은 웹보드게임 머니를 불법으로 현금거래하는 환전소에 대해선 정부가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서버가 중국이나 외국에 있기 때문에 국내법으로 단속·처벌할 수 없다는게 정부 설명이다. `게임 밖`의 문제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게임`을 잡겠다는 것 자체가 규제의 범위를 넘어선 접근이다.

웹보드게임이 이처럼 사회적으로 `폐쇄`돼야할 만큼 나쁜 일만 했다는 논리에도 동의할 수 없다.

웹보드게임은 인터넷 도래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 동시에 100만명, 200만명이 접속해 같이 즐길 수 있는 동시다중접속(MMO) 게임 서비스를 연 출발점이 됐다. 1년에 수조원을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온라인게임이 기술적으로든, 개념상으로든 여기서 시작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카카오톡을 만들어 스마트폰 시대 최대 비즈니스 혁명을 일으킨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한게임이란 웹보드게임에서 출발한 벤처기업가다. 지금도 수많은 게임 벤처·스타트업이 이를 젖줄 삼아 생겨나고, 게임을 만든다.

한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웹보드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는 4대 업체인 NHN(한게임), 네오위즈(피망닷컴), CJ E&M(넷마블), 엠게임(엠게임) 등은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된 공개기업이다. 국민중 상당 숫자가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다. 정부가 정확하지도 않은 규제 방향과 틀을 갖고 이들 사업을 위축시킨다면 이 주주들은 예기치 못한 주식가치 하락을 떠안게 된다.

예측 가능하고, 보편타당한 규제가 새 정부 기업정책의 핵심이라고 여러차례 공표됐다. 그렇다면 지금의 웹보드게임에 대해서도 이런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마침 게임업계가 웹보드게임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자율규제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를 정부가 `협의가 안된 일방적 발표`라고 덮어 버린다면 실마리는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일단 어렵게 나온 규제안이 잘 지켜지고 문제가 없는지 신중히 고찰한 뒤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면 정부 규제가 더해지는 게 바른 순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