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관료 A가 산업부 산하 기관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다. 잘된 일이다. A만큼 능력 있는 인사도 드물다. A에 자리를 넘겨주는 현 기관장 B는 또 다른 유관 기관으로 옮긴다고 한다. 이 또한 잘된 일이다. 역시 산업부 관료 출신인 B가 계속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과천발 순환선은 대개 이런 식으로 운행한다. 공무원 생활을 끝낸 A가 순환선에 탑승한다. A가 다음 역에서 내린다. 그 역에 있던 B가 자리를 비켜주고 순환선에 오른다. B는 또 다른 역에서 내린다. 대신 C가 어디론가 가기 위해 순환선 객실로 들어선다.
탑승객들은 때로는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몇 개 역을 지나친다. 창밖을 바라보며 내릴만한 곳을 기다려야 한다. 누군가는 2~3개 역에 내리지만 누군가는 1곳만 경험하고 여행을 마치기도 한다.
역사 깊은 광화문발 순환선도 비슷한 식이다.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세종발 순환선도 별 다를 것은 없을 것 같다.
전직 관료가 공공기관장을 맡는 것은 말 그대로 `일상다반사`다. 최근 금융권에서 `관치` 논란이 일었지만 사실 관료만큼 능력을 갖춘 사람도 없다. 20여년간 부처에서 일했기에 웬만한 산하 기관 업무는 다 꿰뚫고 있다. 승진 단계마다 인사검증을 받기 때문에 비교적 도덕적 결함도 적다.
국가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에서 대형사고를 쳤을 때 한 공무원은 말했다. “그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단 한번이라도 공직의 무게감을 고민했었다면 그런 일을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다 맞는 말이지만 여전히 과천발 순환선은 부담스럽다. 운행을 중지할 필요야 없지만 운행 방식은 바꿔야 하지 않나 싶다. 과천발 티켓이 없는 이들도 종종 탑승해야 한다.
`과천발 순환선`, 관료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잘 달리고 있지만 폐쇄적 운행에 고장이 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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