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빙하기로 인해 휴대폰 유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통신사와 제조사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통신사는 마케팅비 감소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된 반면에 제조사는 판매 위축과 출고가 인하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업계는 국회에 계류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을 조속히 처리해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와 제조사의 2분기 실적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주요 증권사는 통신 3사 2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적으로 전분기 대비 30% 이상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KTB투자증권은 2분기 통신업종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조금 규제로 인한 마케팅 비용 감소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2분기 마케팅 비용은 지난 1분기보다 15%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가입자당월매출액(ARPU)이 상승한 것도 실적 개선 요인이다.
동양증권과 HMC투자증권 역시 통신사 ARPU는 증가하고, 마케팅 비용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제조사는 우려했던 2분기 실적 부진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시장이 위축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고 출고가 인하까지 이어지며 이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IM(IT·모바일)부문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부진에는 국내 시장 침체가 크게 작용했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를 출시했지만, 국내 휴대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판매가 제한적이었다. 국내 시장은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국내 시장 판매 축소는 매출보다 이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출고가 인하 영향도 컸다. 갤럭시S4는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했던 것과 달리 출고가를 89만9800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모델 출고가도 잇달아 인하했다.
LG전자와 팬택 역시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은 LG전자 MC(휴대폰)와 HA(가전)부문 수익성이 기대치를 소폭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MC부문 영업이익률(2.9%)이 1분기에 비해 하락한 것은 마케팅 비용 증가와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비중 상승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팬택 역시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규제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조사 관계자는 “대안없이 보조금 규제만 계속하면서 언제 구매할지 혼란스러운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 대안을 서둘러 정착시켜 안정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사·제조사 영업이익 현황(단위:억원)
자료:신한금융투자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