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4박 5일간 대통령 취임 후 첫 휴가를 떠났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이정현 홍보, 유민봉 국정기획, 주철기 외교안보, 조원동 경제, 최순홍 미래전략 등 5명의 수석이 박 대통령과 같은 기간 휴가를 떠났다. 청와대에는 곽상도 민정, 모철민 교육문화, 최성재 고용복지 세 명의 수석만 남았다. 이들과 수석과 함께 허태열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휴가를 떠나지 않고 청와대를 책임지게 됐다.
매주 월요일 아침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개최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 29일 아침 회의는 허태열 비서실장이 대신 주재했다. 회의 참석자인 수석도 대부분 휴가다 보니 수석비서관회의는 간소하게 진행됐다. 이렇듯 지난 2월 25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분주했던 청와대는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서 정적이 감돌고 있다.
각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정부부처 장차관과 기관장은 이번 주부터 본격 여름휴가를 떠난다. 여름휴가를 낼 때 국무총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각 정부부처 장차관, 국무총리 소속 차관급 이상 기관장 52명은 올해 여름 평균 4일씩 휴가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과 휴가기간이 겹치는 장차관·국무총리 소속 차관급 이상 기관장은 15명으로 28.8%에 달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번 주 국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 휴가가 끝난 다음 달 7일부터 9일까지 휴가를 떠난다.
정부 출범 후 5개월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박근혜정부가 처음으로 쉼을 통해 재충전하는 `힐링(healing)의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관가의 휴가가 본격 시작됐지만 대통령과 장관들은 부담 없이 휴가를 즐기지는 못할 것 같다. 개성공단 재개 회담이 파국에 처했고 지지부진한 공공기관장 인사도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할 때다.
박 대통령은 휴가기간 동안 업무 연장선상에서 하반기 경제 살리기, 남북 문제, 공공기관장 인사 등 현안해결과 정국 구상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휴가복귀 후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국민은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의 첫 휴가는 그래서 더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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