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미래수석 `최순홍 그리고 윤창번`

[데스크라인]미래수석 `최순홍 그리고 윤창번`

청와대가 수석 비서관 인사를 단행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표였다. 휴가에서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은 사전 예고 없이 5일 오전 비서실 참모진을 전면 개편했다. 인사 폭도 작지 않다. 9명 수석 가운데 공석을 포함해 4명을 새로 임명했다. 비서실장도 교체했다. 사실상 청와대 비서진 2기의 출범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국정 운영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가 위주의 파격 인사라는 분석과 대통령 수첩에 적힌 측근 인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팽팽히 맞선다. 어느 쪽이든 관계없다. 아니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수석 비서관은 무엇보다 국정 책임자의 방향과 철학에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최대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 기본 자질만 문제없다면 이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는 지를 엄중히 따지면 그만이다.

이번 인사에서 미래전략 수석도 교체됐다. 3월 25일 임명장을 받은 최순홍 수석은 5개월 청와대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 수석은 박 대통령과 친분을 이유로 실세 수석 가운데 한 명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물이다. 정권 초기 본인 스스로도 포부가 컸다.

그러나 결국 석연찮은 이유로 물갈이됐다. 교체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창조경제 청사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흘러 나왔다. 실제로 최 수석은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고 새 정부 역점 슬로건인 창조경제 실현을 조율하는 중책을 맡았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미래수석 고유 역할인 국가 비전과 미래 방향성은 고사하고 얽히고설킨 여러 부처 현안과 해결에도 미흡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용한` 최 수석은 말 그대로 존재감이 없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비서관은 나서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자리라지만 역할과 위상 자체에 의문을 가질 정도로 활동 반경이 빈약했다.

청와대는 이를 감안해서인지 윤창번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임명했다. 신임 윤 수석은 최 수석과 확실히 비교되는 인물이다.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의 전형적 엘리트이지만 성격은 의외로 화통하고 친화력이 정치인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실무 능력도 뛰어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과 하나로텔레콤 대표 등을 지냈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방송통신추진단장을 맡으면서 방송·통신 공약을 총괄한 주인공이다. 그만큼 산업과 시장 이해도가 뛰어나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전문위원으로 박 대통령 신임을 쌓았다. 누구보다 정책과 업무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최 수석을 반면교사 삼았다면 윤 수석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지금부터는 윤 수석 몫이다. 화려한 경력은 친정부 측근 인사라는 꼬리표의 동격이다. 그만큼 주변에 보이지 않는 견제 세력이 많다는 이야기다. 공격적인 업무 스타일은 참모격인 비서관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이 또한 자칫 불필요한 구설수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미래전략수석, 조용해도 문제지만 나서도 비난받기 십상인 자리다. 방법은 하나다.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다. 대통령 못지않게 작게는 비서실과 다른 부처 장관과 공무원으로부터, 넓게는 산업계와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얻어야 한다. 믿음을 주는 방법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때 보다 `정중동` 행보가 필요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