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차원 구조 `V낸드` 세계 최초 양산

삼성전자가 세계 처음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3차원(D) 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 `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미세화 공정 기술로 집적도를 높여 성능·용량을 개선했다면 이제는 셀을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반도체 양산 기술의 일대 전환을 예고했다. 미세화 공정의 핵심 장비이던 극자외선(EUV) 노광기도 필요하지 않아 설비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집적도도 높일 수 있게 됐다.

3차원 적층구조 낸드플래시 `V낸드`
3차원 적층구조 낸드플래시 `V낸드`

삼성전자는 3차원 수직구조 낸드 `3D V낸드` 플래시메모리 양산에 돌입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메모리 업계 최대 용량인 128Gb다. 셀 집적도는 기존보다 두 배 향상됐고 쓰기 속도도 두 배 빨라졌다. 읽기 속도도 소폭 개선했고 같은 데이터 용량의 낸드플래시와 비교해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줄였다.

삼성전자는 독자 기술인 3D 원통형 CTF(Charge Trap Flash) 셀 구조를 적용했다. 기존 플로팅게이트(Floating Gate) 구조는 트랜지스터 내부에서 전자가 들고나는 컨트롤 게이트와 실리콘 웨이퍼 사이에 전하를 저장하는 도체(Floating Gate)를 삽입했다. CTF는 컨트롤 게이트와 실리콘 사이에 부도체를 넣어 셀 간 간섭을 줄여줬다. 트랜지스터 모양은 가운데가 뚫린 원통형이다. 이 원통구조 셀을 24층으로 적층한 뒤 가운데 수직으로 구멍(홀)을 뚫어 전극을 형성하면 구멍 사이로 전자가 이동하면서 데이터를 저장한다.

초도 양산물량은 주로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나 서버에 쓰인다. 향후 컨트롤러 기술을 개선해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내장형 낸드(eMMC)5.0 이후 개발이 더뎠던 차세대 eMMC6.0 표준도 빠르게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혁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 전무는 “5년 내에 칩 하나로 1테라비트(Tb)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화성사업장 16라인에서 양산을 시작하고 내년 중국 시안 공장에서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낸드플래시 라인도 점차적으로 V낸드 공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뉴스의 눈

3D 적층구조 낸드 플래시메모리 양산은 메모리 집적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의미가 있다. 핵심 공정도 변한다. 회로를 미세하게 그려주는 노광장비가 지금까지 메모리 공정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구멍을 수직으로 뚫어주는 홀 장비와 공정 기술이 중요해졌다.

이번 양산 성공은 반도체 공정 기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 지금까지는 같은 면적의 웨이퍼 다이(Die) 위에 회로를 얇게 그린 제품을 먼저 양산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앞으로는 한 개 다이 위에 얼마나 많은 층을 쌓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해진다. 최정혁 전무는 “이제는 선폭이 몇 ㎚인지는 의미가 없어졌다”며 “이론적으로는 층수를 쌓는 데 한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필요 없어 100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장비인 EUV 노광기도 필요 없게 됐다. 이미 신뢰성이 확보된 기존 불화아르곤(ArF) 193㎚ 광원을 이용하는 이머전 노광(리소그래피) 장비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신 수억개 홀을 뚫어야 하는 건식 식각(드라이에칭) 장비 수요와 공정은 늘어난다. EUV 노광 기술은 네덜란드 ASML이 유일하게 개발하고 있다. 드라이에칭 장비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도쿄일렉트론·램리서치를 비롯해 국내 장비사도 보유한 기술이다.

앞으로 메모리는 STT-M램 등 D램을 대체하는 차세대 메모리와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 두 가지 방식으로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휘발성인 D램은 전자가 데이터를 가지고 홀을 왔다갔다하는 적층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SK하이닉스·도시바·마이크론 등 경쟁사도 3D 낸드 양산을 계획보다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도시바는 내년 말, SK하이닉스는 오는 2015년 양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