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가 자사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한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삼성전자가 맞소송에 나서고, 소송 지역이 확대되면서 지난 2년여간 세계 9개국에서 50여건의 소송으로 번졌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독일,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소송전이 펼쳐졌다. 일부 소송 결과가 나온 곳도 있지만, 상당수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ITC가 최종 판결을 발표한 9일(현지시각)에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는 지난해 8월 배심원 평결이 나온 양사의 1차 특허소송 첫 항소심이 열렸다. 애플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26종에 대해 영구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기각 당하자 곧바로 항소했다.
당시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가 침해한 애플 특허와 기술은 스마트폰 일부 기능으로 판매금지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면서 애플의 요구를 기각했다.
이번 항소심의 최종 판결은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법원이 1심에서 기각된 판매금지 판결을 뒤집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삼성이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의 소송 역시 항소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최종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년여의 소송전 결과를 보면 어느 한쪽도 웃지 못했다. 법원에 따라 일부는 삼성전자의 손을, 일부는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미국에서는 애플이 배상액 판정과 수입금지를 이끌어 내는 등 승기를 잡았다. 독일과 네덜란드 법원에서는 승패가 엇갈렸고, 호주 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양쪽 모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양쪽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은 셈이다.
2년 이상 지속된 소송으로 두 회사 모두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양사의 특허 협상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ITC 판결로 인해 애플이 안방인 미국에서 다시 승기를 잡으면서 협상이 공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