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에서 패했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항고 절차가 남아 있어 소송에서 패했다고 단정하기도 이르다. 가장 논란이 됐던 디자인 특허에 대해 비침해 판결을 이끌어 낸 것은 나름의 성과다.
◇침해 결정한 특허도 논란
ITC가 삼성의 침해를 인정한 특허는 `헤드세트 인식 관련(501특허)`과 `휴리스틱스 이용 그래픽 사용자 환경(949특허)` 2건이다.
949특허는 `잡스특허`로 불리는 애플의 핵심 특허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 특허청(USPTO)이 무효 예비판정을 해 특허 효력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향후 삼성전자 항고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특허청이 특허 무효로 최종 판정할 경우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ITC가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반투명한 이미지(922특허)` 특허의 경우도 지난 4월 미국 특허청이 무효로 판정한 특허다. ITC는 예비판정에서 922특허도 침해로 봤지만, 특허 무효로 인해 최종판정에서는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전자가 항고하면 949특허에 대한 무효 논란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특허청의 최종 판정 역시 관심이 집중된다.
◇사실상 피해 없어
소송에서는 패했지만, 삼성전자가 입을 금전적인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종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는 60일 동안 공탁금을 걸고 계속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입금지 건의를 수용해도 피해는 거의 없다. 수입금지 대상품목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초에 소송 대상인 제품이 모두 출시 2년 이상 지난 구형 제품이다. 갤럭시S와 갤럭시S2, 갤럭시탭 10.1 등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중단됐거나 추가 발주가 없는 제품이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허침해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새너제이 법원)에 처음 제소했던 디자인 특허와 관련해 비침해 결정을 받은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특허를 침해한 만큼 삼성전자에 `카피캣` 즉, 모방제품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는 것은 악재다. 단 항고를 통해 결과를 뒤집을 기회는 남아있다.
◇타 소송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
관심사 중 하나는 이번 ITC 결정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전문가들은 다른 소송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오세일 인벤투스 대표변리사는 “세계 각국의 소송은 각 나라 법원 등에서 각자 기준을 가지고 진행하기 때문에 ITC 판정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ITC 판결을 계기로 애플이 손해배상액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ITC는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따른 수입금지만 결정한다. 손해배상 부분은 지방법원에서 판단할 사안이다. 판단주체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ITC 판결을 근거로 손해배상액을 높일 수는 없다.
오세일 변리사는 “ITC는 청구취지가 수입금지이지 손해배상은 아니다”면서 “ITC 결정으로 인해 배상액이 커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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