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출근했지만 몸이 무겁다. 정신이 몽롱하고 몸도 찌뿌듯하다. 학교에서 책을 펼치지만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꾸벅이며 졸고 있는 모습에 상사는 눈살을 찌푸리고 선생님은 혼을 낼지 모른다. 흔한 월요일 아침 풍경이다.
월요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 주의 시작은 힘들다. 이 병의 원인은 바로 주말에 있다. 전문가들은 월요일 아침 일어나기 힘들고 몸이 무거운 것은 수면 생체시계가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평일 쌓였던 피로를 풀고자 주말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사례가 많다. 정신없이 자고나면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다. 늦잠을 자면서 아침을 `자야 하는 시간`으로 인지한다. 월요일 아침이 돼서도 수면 시간으로 인지해 몸을 깨우지 않는 것이다.
주말 동안 TV로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면서 미뤄뒀던 독서를 한다고 새벽까지 깨어있는 일도 있다. 일요일 밤 쉽사리 잠들지 못해 월요일 아침 눈뜰 때까지 수면시간은 줄어든다. 부족한 수면도 월요병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생체시계는 몸 안에 있는 생물학적 시계를 의미한다. 다양한 생리·대사·발생·행동·노화 등 주기적 리듬을 담당한다. 몸 안에 시계가 시간에 맞춰 바이오리듬을 통제한다.
생체 시계는 세 가지로 나눈다. 심장 박동이나 체온의 변화, 호흡, 눈 깜빡임 등은 `하루보다 짧은 주기(ultradian rhythm)`, 밤과 낮에 따른 변화는 `대략 24시간 주기(circadian rhythm)`, 마지막으로 여성의 생리 등은 `하루보다 긴 주기(infradian rhythm)`다. 수면 장애, 스트레스 등 외부 자극으로 생체 시계가 망가지기도 한다.
단순히 몸이 피곤한 월요병은 그나마 다행이다. 생체 시계가 고장나면 우울증이 일어날 수도 있다.
후다 아킬 미국 미시간대 박사는 사망한 우울증 환자 34명과 정상인 55명의 뇌 세포를 분석했다. 우울증 환자는 24시간 생체리듬을 통제하는 뇌의 `표준시계`가 실제 시간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킬 박사는 “우울증 환자는 뇌의 표준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생체 시계와 실제 시간 사이의 불일치가 우울증의 원인인지 아니면 결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장거리 비행 후 생체시계 균형이 깨지면서 시차 피로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일종의 우울증이라고 여길 수 있다.
#생체 리듬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적절한 수면이 가장 중요하다. 일상생활의 약 30%는 잠으로 보낸다. 적절한 수면 시간의 과학적 분석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루 8시간을 잔다고 하면 24시간 중 3분의 1은 잠자리에 누워있는 것이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84세, 남성은 77.3세다. 어림잡아 8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26년 이상은 침대나 요에 누워있는 셈이다. 그만큼 잠자리가 편안해야 하고 충분한 수면으로 정상적인 생체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는 바닥에 푹신한 요를 깔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서구화되면서 각 가정에는 침대가 많이 들어왔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나올 만큼 침대 속 수많은 요소가 수면의 질을 결정한다.
한국표준과학원(KRISS)은 모든 침대가 평평한 것은 아니라고 전한다. 일부 고대 국가에서는 몸 안에서 체액을 유출시킬 목적으로 다소 침대를 경사지게 했다고 한다. 일부 내과의는 침대 경사가 식도열공탈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병원 침대는 환자의 머리, 무릎이나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발끝이 머리끝보다 12도 높은 것이 좋다는 연구도 있다.
KRISS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침대 스프링과 매트리스 조합을 연구한 결과 본인이 마음에 들어 하는 스프링·매트리스와 가장 오랫동안 누울 수 있는 조합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밝혀졌다. 즉 당장 누워서 마음에 드는 침대라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신적 노동을 하는 사람은 판 스프링(Flat Spring)에서 자는 것이 수직 코일 스프링(Vertical Coil Spring)보다 에너지를 15% 덜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체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키고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줘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