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위기에 몰린 엑시노스, 삼성 돌파구 마련

양강구도 깨진 AP, 춘추전국시대로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출시한 두 번째 엑시노스5 옥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출시한 두 번째 엑시노스5 옥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지난 5일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행사장에서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노트3`를 공개했다. 행사 기간 동안 가장 주목 받은 제품은 단연 갤럭시노트3였다.

수려한 디자인과 화려한 성능 외에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퀄컴 스냅드래곤800을 낙점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대신 다른 AP를 플래그십 모델에 메인으로 장착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엑시노스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로서는 씻을 수 없는 굴욕인 셈이다.

올 초 시스템LSI사업부는 세계 처음 8개의 코어를 장착한 엑시노스5 옥타(5410)를 갤럭시S4에 장착하면서 퀄컴의 자리를 노렸다. 엑시노스5410은 빅리틀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저전력이 장점인 코어텍스A7 4개와 고속 프로세싱이 가능한 코어텍스A15 4개 총 8개의 코어를 심었다.

그러나 시스템LSI사업부에 엑시노스5410은 재앙이 됐다. 엑시노스5410의 발열·설계 오류 등으로 갤럭시S4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무선사업부는 급박하게 엑시노스 대신 퀄컴 스냅드래곤을 메인 AP로 채택했다. 엑시노스가 자사 시스템LSI사업부에서 개발한 칩이지만, 갤럭시S4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어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새로 개발한 옥타코어 엑시노스 5420을 조기 공급하기로 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갤럭시노트3의 메인 AP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3 9월 초도 생산물량 400만대에 전량 퀄컴 스냅드래곤800 AP를 적용한다”며 “생산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시점부터 엑시노스5420으로 이원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세 번째 옥타코어 엑시노스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새로운 옥타코어 엑시노스5430은 1개에서 8개까지 코어를 작동할 수 있는 AP다. 중앙처리장치(CPU)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이의 버스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종전 엑시노스5 옥타는 한 번에 네 개의 코어만 활성화할 수 있어 반쪽 짜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엑시노스5430은 총 8가지 타입으로 AP를 구동할 수 있다. 이 제품이 진정한 옥타코어로 불리는 이유다.

엑시노스5430은 시스템LSI사업부가 처음 아키텍처 재설계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기도 하다. 대다수 칩업체가 ARM 코어를 쓰고 있지만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맺고 자체 플랫폼을 개발한 곳은 애플·퀄컴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삼성오스틴R&D센터(SARC) 주도로 ARM 코어 재설계 플랫폼을 탑재한 차세대 엑시노스를 개발해왔다. 내년까지 퀄컴·애플 수준의 아키텍처 플랫폼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