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년 메모리는 점유율 확대, 시스템LSI·디스플레이는 내실부터

내년 연구개발(R&D) 성과가 삼성전자 부품(DS) 부문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킨 게임이 끝난 후 승자독식의 여유를 누리고 있는 메모리 사업에 반해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 사업은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삼성전자 실적발표에서 이명진 IR담당 전무는 “시스템LSI는 14나노 공정 개발로 2015년부터 고성장세를 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5420`과 CMOS이미지센서(CIS)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소폭 매출 증가가 예상되긴 하지만 AP와 CIS 모두 갤럭시노트3에 퀄컴·소니보다 공급 비중이 적어 `턴어라운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28나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의 떨어진 가동률을 당장 만회하기는 힘들다고 본 것으로 풀이 된다. 업계에서는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삼성전자지만 시스템LSI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내후년까지는 인내심을 보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디스플레이는 중국 쑤저우 공장(팹) 양산을 시작하면서 중국 거래선을 추가 확보하는 등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대면적 LCD 가격 하락 등으로 뚜렷한 수익 증가 요인은 찾기 힘들다. 삼성전자측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R&D 투자액을 늘릴 것을 시사했다. 이 전무는 “OLED R&D 비용 증가, 양산에 따른 감가상각 등으로 수익률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사업 역시 추가 증설보다는 공정 전환으로 메모리 용량을 증가시킬 계획이다. 백지호 메모리 부문 IR담당 상무는 “내년 D램은 증설보다는 20나노 공정전환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내년 초 3D 낸드를 조기 양산해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PC D램 수요 하락 등 비트 증가(비트그로스)가 올해만큼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낸드플래시는 경쟁사들이 수직 적층형보다 수평형에 집중하지만 공정 미세화 속도가 느려 비트그로스가 올해 증가율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모바일·서버·기업용 고속·대용량 D램과 낸드플래시 대응 모두 빠른만큼 점유율도 각각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