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올해 서울시 공무원시험에 12만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했다. 코레일에서는 지방수험생을 위해 KTX 임시 열차까지 편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13년도 서울시 공무원 모집정원은 1500명도 채 안된다. 지금 청년 실업을 대변하는 한 단면이다. 현실에 대해 일부에서는 요즘 청년이 너무 안정된 직장만을 찾는다고 질타하고, 또 일부에서는 도전 정신이 없다고 질타하면서 청년 창업을 적극 권장한다.
그럼 과연 청년창업이 청년실업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창업한 청년 기업이 장차 중견기업으로 아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는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 걸까. 창조경제의 핵심이 일자리 창출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고, 또 그것은 대기업 고용 한계를 고려한다면 질 좋은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일 수밖에 없다. 청년창업이 청년실업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창업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 청년창업 기업이 성장하면서 자체적으로 계속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 지식 기반의 기업 형태가 되어야 함은 분명이다. 이는 지식재산권이 강력하게 보호되는 생태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자신 있게 창업을 권하기에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제도적 기반은 너무 미약하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에는 혁신보다는 모방이 더 경제적인 기업 활동으로 평가 받는 환경이 아직도 많이 목격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기업 환경 개선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지식재산권의 강력한 보호정책은 자칫 우리 토종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느슨한 지식재산권 정책 하에서 과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청년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느슨한 지식재산권 정책 하에서 성장한 중소기업은 글로벌 특허전쟁시대에서 생존할 수 없다.
지금 선진국은 여태 누려왔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시대에 발 맞춰 지식경제로 급격히 국가 체제를 변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기업 또한 기업 구조를 지식재산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지식재산 기반의 혁신적 중소기업 창업이 잘 보이지 않을까.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창의적 교육이 잘 보이지 않는 현실과 많은 부분이 일치함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창의적 교육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창의적 교육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창의적 교육보다는 암기 교육에 따른 사회적 보상이 훨씬 큰 후진적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이 강력하게 보호되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된다면, 우리의 우수한 두뇌가 공무원이나 의사의 길 대신에 앞 다퉈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창업에 도전장을 내고 그곳에서 열정을 불태울 것이다. 혁신은 그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것이다. 혁신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청년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한다. 도전 속에서 우리 청년도 성장할 것이고 대한민국도 성장할 것이다. 모두들 창조와 혁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선 창조와 혁신이 법적으로 존중되는 사회를 먼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 부회장·
전종학 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JJH@howid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