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단말기의 국내 출시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한국 휴대폰 시장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외산 불모지`가 될 조짐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진데다 보조금 규제로 시장까지 급격히 축소돼 외산폰의 한국 진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하던 외산 단말기업체가 계획을 속속 포기하고 있다. 국내 시장 재진출을 모색하던 소니는 `엑스페리아Z` 등으로 통신사와 공급을 논의했지만 최근 출시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AS망 구축과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일정 수량 이상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통신사와 협상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급제 형태로 출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물량 리스크는 더 커진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AS센터 등 사후 관리망을 구축하고 광고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50만대 수준은 보장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통신사가 소니에 제시한 수량은 절반에도 훨씬 못 미쳤다”고 말했다.
소니 입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 올리며 부활했지만, 불확실한 해외 시장에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국내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이고,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강력한 경쟁업체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60% 이상을 장악하는 등 국산 단말기 쏠림 현상이 심해 애플을 제외하고는 국내 시장에 남아있는 외산 업체가 없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은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사도 있고 시장 상황도 쉽지 않아 추가적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화웨이, ZTE 등 중국 제조사도 소니와 마찬가지로 국내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으나 뚜렷한 출시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세분화되면서 한 가지 모델에 대한 물량 개런티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애플을 제외하면 앞으로도 외산 단말기 업체가 쉽게 진출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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