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업체와 중소업체가 다시 한국 휴대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휴대폰 수요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쏠림에서 중·저가형으로 다변화되면서 틈새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 자급제, 알뜰폰(MVNO) 시장 활성화 등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둔데다 중국의 부품·생산·시스템 기술이 성숙하면서 부품 조달, 사후지원(AS) 등이 종전보다 수월해진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사업자들은 외산·중저가 휴대폰을 상반기 다수 출시할 예정이다. CJ헬로비전이 운영하는 헬로모바일은 중국 등 외산 휴대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소니를 비롯해 노키아, HTC 등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던 업체들과도 공급을 논의 중이다.
에버그린모바일 역시 최근 3~4개 알뜰폰업체와 공동조달을 통해 비츠모 ‘VF40’ 기종을 10만원 이하로 공급 받고 조만간 시판에 나선다. 인터파크가 자급제폰으로 내놨던 중국 업체 콩카의 ‘큐브’도 선보일 계획이다.
태광그룹 계열 티플러스는 ZTE ‘Z폰(모델명 V889F)’과 ‘ME폰’, 비츠모(옛 유티컴) ‘UT폴더폰(모델명 VF30)’ 판매를 이미 시작했다.
국내에서 완전히 철수했던 소니도 ‘엑스페리아Z’를 자급제 시장에 출시하면서 한국 시장 재진입을 노린다.
최신 기능이나 첨단 기술 요구수준이 높은 국내 휴대폰 시장에 중저가 스마트폰·피처폰이 상륙을 시도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스펙 경쟁이 막바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 50% 이상을 점유하는 삼성전자도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부터 모델 다변화 전략으로 선회했다.
중국 휴대폰업체들은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면서 기술력을 신장시켜왔다. 폭스콘·BYD 등 애플·삼성전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업체들이 다년간 생산 노하우를 습득했다. 또 미디어텍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함께 제공하는 레퍼런스보드를 사용하면 일정한 수준의 휴대폰을 제조할 수 있다.
미디어텍 AP가 50% 이상 장악한 중국 시장에서는 호환 부품 공급망이 광범위해 부품 조달 비용이 저렴하고 AS 등을 위한 추가 부품 확보도 용이하다. 퀄컴이 지난해 중저가형 AP ‘스냅드래곤400·401’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미디어텍 진영과 퀄컴 진영 부품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휴대폰 생산 단가도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김성하 비츠모 사장은 “중국 업체들의 생산기술력 향상 덕분에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영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저가·외산 제품이 국내에서 재도약을 노리면서 LG전자·팬택 등도 대응에 나섰다. LG전자는 중저가 3G폰 ‘와인샤베트(모델명 SH840)’를 지난 연말 단종할 계획이었지만 추가 생산을 결정했다. 팬택 역시 자급제 전용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알뜰폰 초기에 중국산 등을 검토했지만 국내 소비자 환경과 맞지 않아 보류한 적이 있다”며 “이제는 합리적 가격의 스마트폰·피처폰 수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