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세단 시장 공략을 위해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달 26일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정홍원 국무총리와 이병석 국회부의장 등 정계 인사들까지 대거 참석한 출시 행사는 제네시스의 본래 뜻인 `창세기(創世記)`의 웅장함을 떠올리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는 “현대차가 과감한 투자를 통한 기술력 강화로 우리 경제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 또 제네시스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만하다.
하지만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경쟁력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 같은 기대가 기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제네시스(G330 2WD 모델 기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9g/㎞로 이전 모델(184g/㎞)보다 오히려 많아졌다. 당장 2015년부터 적용될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130g/㎞)에 한참 못 미친다. 제네시스가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을 부풀리는 원흉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규제가 2020년에는 95g/㎞까지 강화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현대차로서는 `잘 팔려도 걱정, 안 팔려도 걱정`인 셈이다.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도 안쓰러운 수준이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해 13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을 쏟아부었다. 일본 도요타도 약 10조원의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이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 판도를 좌우할 전기동력차와 차량 경량화, 엔진 효율 향상, 편의 및 안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은 2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차가 경쟁상대로 지목한 선진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경쟁사들이 저만큼 앞서 뛰고 있는데, 현대·기아차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가 기우(杞憂)에 그치기만을 바랄 뿐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
양종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