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4대는 한국산.`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불과 수년 만에 휴대폰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젠 세계 어디서나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전화통화는 물론이고 인터넷 검색, 동영상 감상과 사진 촬영,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까지 사용할 수 있어 들고 다니는 컴퓨터나 다름없다. 스마트폰으로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이제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스마트폰 시장도 급격하게 커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고속 성장했다.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은 무려 10억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빠르게 커나가는 스마트폰 시장 한 가운데에 한국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한다. 판매량뿐만 아니라 품질과 기술력도 세계 최고다.
◇한국 스마트폰 세계 점령
한국 스마트폰이 세계인의 입과 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점유율 35.2%와 4.8%를 기록했다. 양사 점유율을 합하면 40%에 이른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는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애플, 휴대폰 시장의 전통강자 노키아, 일본의 IT 공룡 소니, 떠오르는 시장 중국의 화웨이와 ZTE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이 뛰어들어 경쟁한다. 최첨단 기술력과 시장의 수요를 읽는 탄탄한 마케팅 능력이 결합해야 성공할 수 있는 치열한 시장이다. 한번 실수하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는 정글 같은 곳이기도 하다.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스마트폰으로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곳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다 올해부터는 혼자 치고 나오면서 독주 채비를 갖춰간다. LG전자는 한때 스마트폰에 적응하지 못하며 뒤처졌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성과를 내며 이제는 당당한 글로벌 3위 스마트폰기업이 됐다.
◇삼성전자, 명실상부 세계 1위 도약
지난해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3억대를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 전체 스마트폰 시장 규모 10억대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2012년 1분기 애플을 역전한 이후 줄곧 1위를 지켰고, 지난해는 점유율 격차가 2배 이상 커지며 사실상 단독 1위 체제를 굳혀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도 2009년 3분기 이후 계속 증가하며 매 분기 기록을 새로 쓰는 중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역대 최다인 8840만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중에는 사상 첫 분기 1억대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다. 지난 2008년 처음 선보인 스마트폰 `옴니아`는 많은 버그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옴니아2`와 바다 운용체계(OS)를 탑재한 `웨이브` 등을 내놓았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10년 6월 첫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부터다. 갤럭시S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이 제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갤럭시S에 이어 `갤럭시S2` `갤럭시S3` `갤럭시S4`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제품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화면 시장을 겨냥한 새 프리미엄 제품군 `갤럭시노트` 시리즈도 가세했다. 갤럭시노트는 스마트폰 시장에 전화(phone)와 태블릿PC의 합성어인 `패블릿`이라는 영역을 창조한 제품이다. 입력장치인 S펜도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다. 갤럭시노트도 지난해 `갤럭시노트3`까지 선보이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제조 경쟁력`이다.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어 다른 제조사에 비해 제조에 강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 능력을 십분 활용해 스마트폰 라인업 다양화를 시도했다. 최고급 프리미엄 제품부터 중저가 보급형 제품까지 모든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또 애플 등 경쟁사가 하지 못하는 고객(통신사) 맞춤형 제품 공급도 삼성만의 강점이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부품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10~20개 모델을 시장에 내놓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명가 부활 신호탄=LG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휴대폰 명가의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3분기까지 LG전자는 스마트폰 누적 판매량 3440만대, 시장 점유율 4.9%로 3위를 기록했다. 3분기에 이미 지난 2012년 전체 판매량 262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 `G2`의 글로벌 출시가 시작되며 연간 판매량은 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는 피처폰 시대에 휴대폰 시장에서 확고한 3위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응을 못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수년간의 부진을 거쳐 지난해 1분기 LG전자는 사상 첫 분기 스마트폰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제품군인 `G시리즈`와 대화면 `뷰시리즈`가 인기를 얻었고, 해외에서는 여기에 보급형 제품군 `L시리즈`와 `F시리즈`까지 가세해 부활을 이끌었다.
LG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스마트폰 `넥서스4`와 `넥서스5`를 연이어 내놓은 것도 인지도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옵티머스G` `옵티머스G프로` `G2`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제품도 해외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기술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화웨이, ZTE, 레노버 등의 중국기업과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아 언제든 따라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혁신으로 기술영토 확장
스마트폰 시장의 세계적인 강자로 도약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제 새로운 전략을 펼친다. 기존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선회했다. 더이상 따라갈 대상이 없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앞장서서 시장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최초의 곡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기기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곡면 스마트폰`을 차례로 선보였다.
세계 최초 곡면 스마트폰 타이틀은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좌우로 휘어진 `갤럭시라운드`를 내놓았다. 11월에는 LG전자가 상하로 휘어진 `G플렉스`를 선보였다. G플렉스는 휘어진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휘어진 배터리도 탑재했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은 휘어지는 정도가 고정되거나 약간의 탄력만 있는 제품이지만 향후 자유롭게 휘는 제품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디스플레이 진화 방향이 휘고, 접을 수 있는 쪽으로 발전하는 만큼 양사가 기술 발전 방향을 앞서 나가는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애플 등 해외 제조사도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3과 함께 발표한 웨어러블기기 `갤럭시기어`도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메시지 수신, 통화, 카메라, 알림확인 등을 할 수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지난해 애널리스트데이에서 “삼성전자는 1989년 모바일사업을 시작해 이제는 모바일 비즈니스의 선도적 회사가 됐다”면서 “CDMA와이드밴드, TD-SCDMA 상용화, LTE 성공, 세계 최초 LTE폰 미국 출시 등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모바일 시장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변화가 업계에 위협이면서 기회가 된다”면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성장했고, 기술과 브랜드, 윈윈 파트너십, 시장 니즈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등 삼성의 강점을 앞세워 시장의 기회를 삼성을 위한 기회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2013년 3분기 세계 휴대폰 점유율 현황(%)
자료:SA
2013년 3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및 점유율(단위:만대)
자료:SA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