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프트웨어(SW), 여전히 글로벌이 답이다

[데스크라인]소프트웨어(SW), 여전히 글로벌이 답이다

`1%`.

세계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국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업계는 그 앞에 `고작`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나머지 99% 가운데 SW 초강대국 미국의 비중이 40%를 웃도니 수치만 놓고 봐도 대한민국 SW 개발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힘이 빠지게 된다.

수십 년째다. 국내에서 SW만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게 이미 1980년대 초부터다. 지금도 유효하다. 예나 지금이나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다. 99% 시장이 문 밖에 있는데 방안에서 나눠먹을 떡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얘기가 입버릇이 됐지만 대한민국 SW 역사 30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희망이 엿보인다. 대외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다. 미국에 이어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이 글로벌 IT기업들을 배격하는 `취(去)IOE(IBM·오라클·EMC)`를 외치면서 우리 기업들에게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미국 기업들이 독식하는 데이터베이스(DB) 시장은 유일한 대안국가가 우리뿐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자체 개발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우리 기업에게 주어진 혜택이다.

우리 기업에 곧바로 엄청난 혜택이 몰려올 리는 없겠지만 철옹성과 같았던 다국적 기업들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관점에서는 최대 기회다.

한국산을 한수 아래로 깔보던 일본 업계도 최근 우호적인 신호를 보낸다. IT 투자 규모가 우리의 10배에 가까운 일본에서 특히 보안 솔루션은 성과가 높다. 기업용 인프라 솔루션 중에서도 시장 진출이 심심치 않게 이뤄졌다.

수년째 국내 기업들이 제품 현지화와 채널 확대 등으로 공을 들인 동남아 시장에서는 하나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형 HW 기업들도 국내 DB 기업들에게 협업을 먼저 요청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이 있다. 정부와 기업이 이제야말로 힘을 합쳐 현명한 방안을 만들어낼 때다. 세계 DB 시장 중 10%만 우리 기업들이 가져와도 4조원대가 넘는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할 명분은 충분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올해는 역대 정권 중에서 SW 분야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혁신전략에 이어 비타민까지 단시간 동안 단일 업종에 이처럼 많은 정부 지원책이 집중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대부분 `내수용` 지원 정책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SW기업의 생존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인력을 양성해서 제공하고 시장도 육성해서 안겨주는 식의 선심성 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근근이 연명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 SW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지름길이다.

이제 새해에는 SW 정책 방향을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삼아야 한다. `몇 년간 얼마를 지원하면 수출 효과가 얼마더라`와 같은 뜬구름 잡기식 지원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구체적인 성과 중심으로 지원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뚜렷한 결과와 성과 측정이 가능하다.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이제 대한민국 SW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진짜 기회가 찾아왔다. 허투루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서동규 비즈니스IT부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