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을 타깃으로 한 미국 내 특허소송이 지난해에만 18건이 발생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10건 이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증가세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 전체에 대한 특허소송 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에 대한 특허소송은 주로 NPE(Non-Practicing Entity)라 불리는 특허괴물, 즉 특허소송 전문기업이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괴물 중 우리 기업을 상대로 가장 많이 제소한 기업은 미국 텍사스에 소재한 아메리칸 비큘러 사이언스(American Vehicular Sciences)로, 총 8건을 냈다. 또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도 30여건의 특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NPE의 무분별한 특허소송에 대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특허권 남용을 일삼는 NPE를 적극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도 NPE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돈을 뜯어낼 기회만 엿보는 존재`로 비판하고 의회와 함께 NPE 소송 남용을 억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에서 특허기반이 취약한 만큼 NPE의 제소에 대응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자동차는 앞으로 고전적인 기계 장치에서 IT가 융합된 스마트카, 하이브리드카, 전기자동차 등과 같은 그린카로 발전할 것이다. 이 때문에 NPE의 특허소송도 스마트폰, 무선통신 등 IT 분야에서 수년 안에 스마트카와 그린카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현대·기아차에 대해 제기된 특허소송을 분석해보면 차량용 소프트웨어, 전자제어, 텔레매틱스, 차량용 프로세서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NPE는 대부분의 특허를 다른 제조기업 또는 다른 NPE로부터 양도받거나 자체적으로 특허를 생산,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전 받은 특허들은 1~2년 이내에 소송에 사용할 확률이 높다. 최근 NPE들은 역할에 따라 특허 매집자, 중간자, 소송대리자 등 여러 형태의 NPE로 분화·발전하고 있다. 새해에도 각국의 규제에 불구하고 NPE의 기업 사냥이 더욱 심해지고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 자동차업계가 이러한 NPE의 위험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서둘러 준비해야 할 일은 NPE 특허의 권리이전 관계 추적을 통해 우리 기업 대상으로 소송 준비 중인 NPE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NPE 특허들의 특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NPE가 자체 생산한 특허의 경우, 지나치게 넓은 권리 범위, 부실한 설명 등으로 실제 소송에서 약점이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NPE 특허의 약점 파악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은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ID)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스마트카 관련 핵심특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허 확보로 로열티 수입뿐 아니라,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NPE의 사냥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이제 NPE 특허공격의 가장 큰 먹잇감으로 떠올랐다. 특허를 매집한 NPE가 이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방탄 슈트를 제대로 입고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때다.
정찬황 자동차부품연구원 사업개발본부장 chjung1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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