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있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큰 우주 천체를 가늠할 수 없다. 작은 미생물도 바라볼 수 없다. 거시적 세계와 미시적 세계를 바라보지 않는 한 과학은 존재할 수 없다.
김동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자다.
1988년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김 교수는 MIT 전기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 등을 거쳐 2004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선임됐다. 2010년 김 교수는 일반 현미경에서도 100나노미터(㎚)보다 작은 세포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 교수팀이 독자적으로 만든 나노 칩을 이용해 현미경에 장착해 분자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동안 특수 장비 없이 영상화하기 힘들었던 암세포 치료와 관련된 약물반응 등 미세한 세포 현상을 손쉽게 관찰하고 영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2012년에는 단백질과 바이러스 등 바이오 물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영상장치를 개발했다. 나노미터 크기의 동그란 구멍이 주기적으로 있는 금속 구조칩을 제작한 뒤 형광현미경에 접목시켰다. 실험 결과 나노구멍 표면에 매우 강한 전자기파가 만들어졌고 이를 이용해 생체분자의 영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최근 최종률 연세대 박사, 신전수 교수, 김규정 부산대 교수 등과 함께 단백질 등 세포 내에 있는 생체 고분자 물질을 검출하고 분석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했다. 위성에서 사람 손바닥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의 해상도다.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려면 현미경 해상도를 수십㎚까지 높여 바이러스 이동이나 단백질 상호작용 같은 미세한 생체 현상을 관찰해야한다. 김 교수팀은 금속 나노칩을 개발해 광학 현미경에 장착했다. 이 나노칩을 이용하면 20㎚(10억분의 20m) 크기의 세포와 단백질을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금속 나노패턴의 특이 광투과 현상을 이용해 세포안의 생체 분자를 관찰하기 어려운 기존 광학현미경 종축해상도 한계를 극복하고 수십㎚ 해상도까지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광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스` 13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