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구글, 특허 동맹…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삼성전자와 구글이 세계 IT 업계에 유례없는 글로벌 특허 동맹을 맺었다. 양사는 기존에 보유한 특허는 물론이고, 향후 출원할 특허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으로 양사는 각자가 지닌 약점을 보완하고, 갈수록 확대되는 글로벌 특허 소송 위험의 대비책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특허 분쟁을 벌이던 에릭슨과도 특허권 라이선스 연장에 전격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27일 구글과 양사 간 상호호혜 원칙에 따라 광범위한 기술·사업 영역의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계약으로 기존에 갖고 있는 특허는 물론이고 향후 10년간 출원하는 특허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10만여건, 구글은 5만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가히 2차 안드로이드 동맹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삼성-애플의 특허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업계를 선도하는 양사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할 수 있게 돼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제품·기술 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관련 특허에, 구글은 소프트웨어 분야 특허에 각각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업계는 일단 계약 내용과 규모가 파격적인 동시에 양사 모두에 윈윈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세일 인벤투스 대표변리사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특허 협력은) 깜짝 놀랄 만한 일”이라며 “양사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변리사는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키워준 1등 공신이고, 삼성도 안드로이드가 있어서 스마트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면서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광범위한 협력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갈수록 증가하는 글로벌 특허 소송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이번 협약은 양사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애플과 벌이고 있는 특허 전쟁서 구글의 가세는 강력한 우군 이상인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에릭슨과도 특허권 라이선스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양사는 1년 2개월여간 소송을 벌여왔으나 이번에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카심 알파라히 에릭슨 최고지식재산권책임자(CIPO)는 “삼성전자와 GSM, 3G, 4G 특허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소송을 벌여왔는데 모두 종료한다”면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수입금지 조치도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건호·김시소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