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크로스 라이선스 맺은 삼성, 플랫폼 미비 우려 불식…특허소송도 천군만마

세계 최대 기업군인 삼성전자와 구글의 파격적인 특허 협력은 당장의 마케팅 효과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양사 사업에 실질적인 이익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소송으로 얼룩진 글로벌 IT 업계에 건설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삼성전자가 이날 에릭슨과 특허소송 취하에도 전격 합의하면서 삼성의 특허 전략이 우군 확대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군 확보로 특허 파워를 강화하는 한편 특허 전쟁을 벌이는 애플을 고립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플랫폼 부재 우려 불식”

삼성은 구글과의 계약에서 `향후 10년간 출원할 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내용이 주목됐다. 업계는 이 조항을 양사가 최소한 10년간은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제기되던 모바일 플랫폼 부재 우려를 불식시켰다. 삼성전자는 최소 10년간 안정적으로 안드로이드에 매진할 수 있고, 새로운 플랫폼을 준비할 시간도 벌었다.

특허업계 한 전문가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은 기업이 체결한 후에도 발표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번에 삼성이 전격 발표한 것은 삼성의 플랫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의 전략적 카드”라고 해석했다. 또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 변화, 타이젠 개발 지연 등 우려가 삼성전자의 불안 요인이었다”며 “이번 계약으로 시장의 우려를 한번에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삼성-구글 `윈윈`

사업적으로도 상대방의 강점을 흡수할 수 있게 돼 양사 모두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보유한 인터넷 관련 사용자인터페이스(UI) 특허나 소프트웨어 특허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게 됐다. 구글은 삼성전자의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성과다. 안드로이드 동맹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의미도 있다.

오세일 인벤투스 대표변리사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후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제조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4세대 롱텀에벌루션(LTE)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일 것”으로 분석하며 “삼성은 4세대 통신특허가 많아서 크로스 라이선스로 10년간 특허 우산을 만든 상황 하에서 사업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동맹 확대 전략으로 애플 압박

삼성전자가 애플과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에 직접적인 도움은 안 되더라도, 강력한 우군들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애플을 글로벌 IT 특허시장에서 고립시키는 전략도 완성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노키아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했다. 지난 2011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휴대폰 운용체계(OS) 등과 관련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우군을 넓혀왔다. 여기에 구글, 에릭슨까지 더해 애플을 제외한 주요 글로벌 기업을 모두 동맹으로 확보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제2의 애플 사태를 예방하는데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기업의 사활을 걸고 치르는 소송전이 난무하는 세계 IT 업계에서 광범위한 특허 협력이라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은 기업 이미지 쇄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김시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