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메모리를 넘어 종합반도체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자금과 체력을 비축한 만큼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대적할 만한 `SK하이닉스` 밑그림 그리기에 착수했다. 최근 영입한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 인력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대표 박성욱)는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를 포함하는 미래기술 사업부를 신설하고,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부사장 출신 서광벽 사장을 총괄사업부장으로 내정했다. 이로써 얼마 전 SK그룹으로 영입된 임형규 부회장을 비롯, 현 SK하이닉스 제조부문장인 오세용 사장에 이르기까지 경쟁사인 삼성전자 출신들이 반도체 사업의 중책을 맡게 됐다. 나아가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 임직원들을 대거 영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사장은 인텔을 거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을 맡으면서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궤도에 올린 인물이다.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ICT 기술성장추진 총괄 임형규 부회장이 서 사장을 영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회장 역시 삼성전자에서 시스템LSI사업부장, 기술총괄 사장, 삼성종합기술원장 등을 역임한 시스템반도체 전문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옥중에서 임 부회장 영입을 시도할 만큼 SK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위해 중요한 인물로 지목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CMOS이미지센서(CIS) 업체 실리콘화일 지분을 100%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실리콘화일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파운드리와 CIS 사업을 거느리게 됐다.
SK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성공 여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술력에 달렸다. AP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는 통신칩·아날로그 칩으로 뻗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SK텔레콤과 함께 40나노 기반 AP 개발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은 팹리스 업체 엠텍비젼과 합작으로 중국에 에스케이엠텍을 설립하고 휴대폰용 AP를 개발한 바 있다. 이 때 반도체 설계 노하우를 상당 부분 습득했다. 또 퀄컴 등 통신 칩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다면 협력할 여지가 많다.
SK하이닉스는 일단 40나노 AP 개발을 성공시킨 후 파운드리 투자로 28나노 시스템반도체 공정을 확보할 계획이다. 서 사장을 영입하면서 칩 설계와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5% 이하 수준에 불과한 시스템 반도체 매출 비중을 내년까지 10% 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 출신 인력들이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긴 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