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건이 넘는 개인 정보를 유출한 카드 3사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최근 고객 정보 유출로 인해 전화 영업이 전면 중단된 데 이어 3개월 영업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게 됐다. 영업 정지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 이후 카드업계에 단행된 최고 수위 징계다. 신규 사업 진출 등 올해 공격 영업을 계획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것이다. 카드 시장 전체에도 영업 정지에 따른 점유율 변화 등 후폭풍을 포함해 시장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업 정지는 사형 선고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가 오는 14일부터 3개월 영업 정지를 당하게 된다. 역대 최고 수위 징계다. 그만큼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괘씸죄`가 적용됐다.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맞게 된 카드업계는 사실상 `사형 선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카드사 최고경영자도 해임 조치가 불가피하다. 당장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 사의를 밝힌 KB금융과 자회사 임원 27명 가운데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을 비롯한 3명의 사표가 수리됐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정보유출 사태 책임을 지고 KB금융지주, 국민은행 임원과 함께 임영록 KB금융 회장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과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도 사의를 표한 상태다.
이들 카드사는 지난 한 달여간 300만여건이 넘는 재발급 등에 투입한 비용만 500억여원에 달해 올해 예상 순익을 대부분 까먹은 상태다. 앞으로 손해배상 비용까지 감안하면 카드사가 받을 타격은 상상을 넘는 수준이다.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설 명절 직전인 26일까지 카드 관련 해지와 재발급, 회원 탈퇴는 550만건에 이른다.
카드 재발급 비용은 카드 플레이트(IC칩 카드) 자체의 가격과 정보입력 등 제작비용, 배송비 등이 포함돼 한 장당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까지 들어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3개 카드사뿐 아니라 다른 카드사에서도 재발급을 원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변화, 카드산업 후폭풍 불가피
카드업계에도 후폭풍을 예고했다. 2위 싸움을 벌이던 KB국민카드와 농협카드는 이번 조치로 신규 회원 모집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대와 삼성카드 등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정보 유출 관련 집단 소송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카드 재발급에 따른 비용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카드 3사 피해뿐만 아니라 카드 산업 전체로 정보유출 유탄이 재앙처럼 번질 전망이다. 카드사가 올해 추진 예정이었던 부대 사업과 해외 진출 사업 등도 전면 `올 스톱`됐다. 금융사에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없도록 하고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마저 차단하면서 운신의 폭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카드사는 영업 정지와 더불어 다른 금융사처럼 오는 3월까지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비대면 대출 모집이나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드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면서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하나SK카드 등도 유탄을 맞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카드사의 카드론, 현금서비스도 상당 폭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카드 3사 영업 정지를 앞두고 모든 카드사는 비상 경영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면서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카드 3사의 적자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카드업계 전반에 걸쳐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사업 추진에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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