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드사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방지를 위해 `무기한 집중단속`을 추진키로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시작된 양상이다. 전자금융사기범들이 정보유출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며 실제 피해를 양산하고 있어서다.
A씨는 지난달 말 이체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뱅킹을 쓰다가 피해를 봤다. `개인정보유출사태로 인한 보안강화를 위해 보안카드를 입력하라`는 화면상의 문구를 따른 게 화근이 됐다. 마침 본인의 카드정보가 유출된 상태여서 은행의 실제 보안 조치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며칠 뒤 계좌에서 수 백 만원이 빠져 나갔으며, 그제야 보안카드 입력이 금융사기란 걸 알게 됐다. A씨는 “한치의 의심도 못했다”며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B씨는 최근 보이스피싱에 당했다. 경찰을 사칭한 남성으로부터 `금융정보 유출 사고에 연루됐으니 수사 협조를 위해 정보를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고 응하다 금전 피해를 입었다. 사기범들은 B씨의 주거래은행, 직장주소, 집주소 등 이미 상세한 정보를 알고 접근해 의심의 겨를도 없었다.
C씨는 평소 사용하던 은행 앱이 갑자기 업데이트되더니 이름·주민번호·계좌번호·코드번호 등을 요구했다. 이번 사고에 따른 보안강화인 줄 알고 정보를 입력했지만 수십만원이 인출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설치된 악성코드가 가짜 은행 앱을 다운받아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례는 국민의 불안 심리를 교묘히 악용한 `전형적인 금융사기`라며 카드 3사로부터 유출된 정보가 범죄에 이용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전자금융사기가 어제 오늘일은 아니며 당국의 설명대로 유출된 정보가 범죄에 이용된 직접적인 증거도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그 연관성을 밝혀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이번 정보유출 사고로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전자금융사기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 터질지 몰라 가뜩이나 위험한 `지뢰밭`에 더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은 “스미싱이든 보이스피싱이든 사기가 활개를 치게 만든 게 이번 사고 때문”이라며 “이런 게 바로 2차 피해”라고 입을 모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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