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정부에 납부하는 기술료다. 기업이 국가연구개발(R&D)사업에 참여해 R&D예산을 지원받은 후 과제 성공 판정을 받으면 5년 안에 정액기술료와 매출이 발생하면 경상기술료를 내야한다. 대기업은 출연금의 40%, 중견기업은 30%, 중소기업은 10%를 내야한다.
정부납부 기술료가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미래부는 5일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연구현장 행정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기술료 세부 기준 범부처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료를 일찍 내거나 한 번에 내면 최대 40%까지 깎아준다는 내용이다.
기술료 표준화 방안은 분명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는 사업과제가 끝날 시점에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서둘러 기술료를 납부하라고 유도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인건비, 장비구입비 등 투자비용 때문에 과제 성공 시점에는 더욱 경영난에 허덕인다는 설명이다.
무리한 과제 성공 판정도 문제가 있다. 미래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R&D 평가과제 2만5791건 가운데 2만5720건을 성공과제로 평가했다. 수치로 따지면 R&D 과제 성공률이 99.8%에 이른다. 과제 성공을 기준으로 기술료를 납부하다보니 기술사업화는 고려대상에서 빠져있다.
기술은 개발했지만 상품화시키지 못한 상태에서도 기업은 정액 기술료를 납부해야 한다. 현행 기술료 납부제도가 기술사업화 측면에서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과제 종료 시점에 자금을 운용하기 어려우니 기술료 납부분을 빼고 예산을 투입해달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래부는 정부 납부 기술료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세수 확보 방침에 막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납부기술료를 아예 철폐할 수는 없을까. 무엇이 진정으로 R&D 활성화를 유도하고 기술사업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지 근본적으로 되짚어볼 때가 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