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P 현장]소송대리권 분쟁 `유럽을 보자`

유럽연합(EU)은 유럽 통합 완성을 위한 정점으로 사법 분야 통합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 특허분쟁 해결에 집중하는 유럽통합특허법원 출범은 사법 통합의 대표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럽통합특허법이 당초 합의한 시행시기보다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종학 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전종학 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현재 유럽 특허소송 시스템은 최근 삼성과 애플 특허소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럽 개별국가 법원에서 별도로 특허분쟁 심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유럽통합특허법원이 출범하면 유럽통합특허법원의 특허침해 판단은 해당 조약당사국 전체에 효력이 미치게 된다. 특허분쟁 해결이 단일 시스템 체제하에서 신속하게 이뤄짐에 따라 특허권자 권리 보호가 현재보다 훨씬 강력해진다고 할 수 있다.

유럽통합특허법원 설치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유럽통합특허법원에서 유럽 변리사 역할 논쟁이 우리나라 변리사 소송대리 허용 여부와 너무도 유사하다는 것이다.

즉 유럽통합특허법원 설치 논의과정에서 유럽통합특허법원에 제기된 특허소송 사건 대리를 일반 변호사에게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변리사까지 확대할 것인지 논쟁이 있었다. 당시 유럽 변호사협회는 우리나라 변호사협회의 논리와 유사한 이유로 변리사 소송대리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유럽 변리사협회는 변호사를 단독으로 선임해 대리할 것인지 또는 복수의 변호사, 변리사를 선임해 소송사건의 대리를 의뢰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법률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것으로, 이는 경쟁을 유발해 소송비용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러한 당시의 논쟁에 대해 영국의 주요기업 37개사로 구성된 지식재산(IP)연합은 유럽통합특허법원에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특허법원 등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허용한 결과 법률소비자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대리인을 불필요하게 이중으로 선임하지 않아도 되므로 특허소송의 당사자에게도 유리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시행을 앞두고 있는 유럽통합특허법원 해당 조약에는 변호사 또는 유럽특허소송자격증을 갖는 유럽특허변리사가 단독으로 특허소송을 대리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유럽통합특허법원은 다섯 명의 판사로 구성되며 2명은 법률을 담당하고 3명은 이공계 분야 석사학위를 가진 판사가 기술을 담당한다. 특허소송의 기술적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는 지금 IP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모든 국가가 지식재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러한 변화 흐름을 우리가 선도하지는 못할지언정 뒤쫓아 가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국회에는 현재 10년째 변리사의 특허침해 소송대리 입법이 잠자고 있다. 유럽에서의 이러한 변화를 지켜보며 우리나라의 현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종학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 부회장·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JJH@howid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