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4대 중독법 예방에 관한 법률’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연다. 관련 업계는 물론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법률이다. 그런데 이 공청회가 폐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소위는 여론을 듣겠다고 열리는 공청회에 초청되는 방청객수를 5명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는 데다 방청객을 선별해서 입장시킬 방침이다. 방청객을 선정하는 방식도 공개하지 않았다. 행사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언론도 방청객 조항에서 예외가 아니다. 법안소위는 장소의 협소함을 들어 방청객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청회에 의견을 개진하기로 한 인사들도 당황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법률에 반대 입장에 선 한 인사는 공청회를 불과 5일 앞두고 패널 참석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공청회가 열리기 2~3주전에 참여의사를 묻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대 측 의견을 제시할 인사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찬성 측 입장을 수렴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공청회를 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것은 이 때문만이 아니다. 공청회를 하루 앞둔 16일에는 새로 작성된 통계까지 언론에 내놨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게임·도박·알코올·마약 등 4대 중독에 대한 예방·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일명 ‘4대 중독 관리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다.
보건복지위원회가 130여개 학부모·시민단체로 구성된 ‘중독예방범국민네트워크’로부터 제출받은 내용이다. 성인 1000명을 상대로 16일 실시했다는 내용이 첨부됐다. 특히 이 조사에서 인터넷과 온라인게임의 중독성에 대해서는 87.2%가 ‘중독성이 있다’고 답변한 반면 9.8%만이 ‘중독성이 없다’고 답했다.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급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청회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수렴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공개적인 자리다. 어떤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논의의 장이 아니란 얘기다. 더욱이 국민을 대표해 법을 발의하고 제정하는 대의민주주의 기관인 국회가 나서서 한다면 더욱 더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한 공론화 기회를 갖는 게 맞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