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자사 선탑재 앱을 줄이기로 하면서 앱 생태계와 서비스 전략의 대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략의 근간마저 흔들리는 것은 운용체계(OS)를 보유하지 못한 제조사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실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생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도하게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구글의 요청은 강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통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OS 리스크에 대처하는 삼성전자의 OS 전략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다.
◇“구글 요구는 수익성 때문”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선탑재 앱을 줄이라는 요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 외에도 HTC 등에 선탑재 앱을 줄이고, 구글 검색과 안드로이드 기본 앱을 전면에 배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요구한 배경은 수익성 확대와 서비스 강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글플레이를 통해 앱과 콘텐츠를 이용해야 구글에 수익이 발생하는데, 삼성앱스나 삼성허브는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익이 분산될 수 있다.
보안 위협 등이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 안드로이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보안 위협이 강화될수록 구글도 자체 서비스를 통해 보안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제조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안드로이드 고유의 서비스 사용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 콘텐츠 전략 변화 ‘예고’
삼성전자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중심으로 자체 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써왔다. 삼성허브와 삼성앱스를 강화하며 콘텐츠와 앱 서비스 역량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번에 일부 앱을 탑재하지 못하게 되면서 삼성은 새로운 서비스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됐다. 속수무책으로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삼성전자도 나라와 지역 특성 등에 맞춰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OS 종속으로 인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스마트기기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스마트TV·스마트가전 등을 엮는 스마트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CES 2014에서 ‘미래의 집(퓨처 홈)’ 청사진을 공개하고, 상반기 관련 앱 개발사를 모집하는 등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구글도 유사한 청사진을 갖고 있어 삼성전자와의 충돌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구글은 연초 스마트홈 벤처로 자동온도조절장치와 화재경보기 전문회사 네스트를 32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는 구글의 스마트홈 사업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 멀티OS 전략…‘타이젠’ 향배에 촉각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멀티 OS 전략의 하나로 육성할 계획이다. 다음주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 2014에서 타이젠폰을 공개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타이젠의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에 공개하는 타이젠 단말기를 주력 제품으로 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타이젠 TV, 타이젠 가전도 출시일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타이젠 OS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나온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 전망에서 올해 말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72.5%로 높아지는 데 비해 타이젠은 1%도 안 되는 0.3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배·권건호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