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4일(현지시각) 공개한 갤럭시S5는 지금까지 개발된 스마트폰 관련 대부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혁신’으로 손꼽을만한 게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스마트폰 자체로 보면 ‘최고’라고 부를 수는 있다.
우선 디자인. 자사를 상징하는 파란색을 다양하게 응용해왔던 삼성전자답게 이번에도 파란색을 새롭게 해석한 ‘일렉트릭 블루(Elcetric blue)’ 색깔이 가장 눈에 띈다. 이 외에도 차콜 블랙(Charcoal black)·쉬머리 화이트(Shimmery white)·쿠퍼 골드(Cooper gold)의 총 4가지 색깔은 컬러풀한 제품이라면 노키아의 원색만 떠올리던 고정관념을 깬다.
후면 커버에는 구멍을 뚫어놓은 듯한 ‘펀칭 패턴’을 적용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전면부는 전작과 거의 비슷해 디자인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옷을 갈아입은’ 것 같다. 5.1인치로 갤럭시S4에 비해 화면이 1인치 더 커졌지만 그립감은 여전히 좋다.
관객의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은 방수·방진 기능. 전시된 제품을 짧게 써보느라 직접 물을 뿌려 보지는 못했지만 눈·비나 젖은 손쯤에는 전혀 끄떡 없을 것이다. 1600만 화소의 아이소셀 방식에 패스트 오토 포커스, 리치톤 HDR(색감 자동 개선), 초점 선택 등 뛰어난 카메라 기능은 경쟁사의 기를 죽이기 충분하다.
화면이 흑백으로 변하는 전력 최적화 기술(울트라 파워 세이빙 모드)은 배터리의 한계에 대해 ‘덜 쓰게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대응이다. 이 기능을 실행하면 화면이 흑백으로 변하고 전화·문자 등 기본적 기능만 작동된다. 기능 실행에 시간이 수초 이상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스마트폰 최초로 달린 심박 측정 센서는 ‘스마트폰도 헬스케어 기기가 될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내비친 것 같다. 하지만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인 삼성 기어2·기어핏 등의 핵심 기능이 심박 측정을 포함한 헬스케어 분야이기 때문에, 굳이 ‘모(母)제품’ 격인 스마트폰 본체에도 센서를 넣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롱텀에벌루션(LTE)과 와이파이를 하나처럼 사용해 데이터 내려받기 속도를 높이는 ‘다운로드 부스터’ 기능은 제대로 시연하기 어려웠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달리 LTE나 와이파이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은데, 발표 현장에 6000명이 넘는 사용자가 모였기 때문이다.
애플에 비해 안드로이드 진영의 취약점으로 평가받아온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상당히 개선됐다. 예를 들어 ‘설정’ 화면의 경우 각 항목 글자만 나열된 어렵고 딱딱한 화면에서 아이콘 중심의 UI로 바뀌었다. 가장 좋은 개선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날 깜짝 공개된 삼성 기어핏은 갤럭시기어·기어2와 같은 ‘시계형’이 아니라 ‘밴드형’ 기기다. 화웨이의 ‘토크 밴드’, LG전자의 ‘라이프밴드’ ‘피트비트(Fitbit)’ 등과 완전히 같은 제품군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기능은 크게 특별하지 않지만 곡면형 AM OLED 디스플레이의 선명함 덕분에 뚜렷한 차별화가 이뤄졌다.
바르셀로나(스페인)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