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도쿄일렉트론 합병승인 임박... 독과점 우려 커지나

반도체 장비 업계 1위·3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와 도쿄일렉트론(TEL)이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합병에 속도를 내면서 장비 최대 수요처인 국내 시장에서 합병 승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덜란드 ASML로 대표되는 노광(리소그래피) 장비에 이어 증착(데포지션)·식각(에칭) 장비 역시 AMAT·TEL 합병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AMAT와 TEL은 기업결합신고서를 지난해 11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접수 후 120일 안에 승인·조건부승인·불승인을 결정해야 한다. 이번 달 14일 내 두 회사 합병 여부가 판가름나게 된다.

승인 여부는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독점규제법 제7조 제1항에서 규정한 대로 일정한 거래 시장 내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가 기준이다. 구체적으로는 한 회사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경쟁 업체가 75% 이상을 점유한 때, 1위 회사와 2위 회사의 시장점유율 차이가 25% 이상인 때에는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점유율 판단 기준이다. AMAT와 TEL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이 각각 2012년 기준 14.4%, 11.1%다. 두 회사가 합병하더라도 점유율이 25.5%에 불과해 전체 반도체 장비 업계와 비교하면 경쟁제한성은 없다.

하지만 각 전문 분야를 놓고 보면 달라진다. 반도체를 전공정·후공정으로 나누고 전공정 중에서도 포토·금속(메탈)·검사 공정으로 구분하면 합병한 회사의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치솟는다. AMAT는 이미 열처리, 화학기상증착(CVD) 장비 점유율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세화 공정 속도가 빨라 첨단 장비를 두 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장비 비중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승인 여부는 검토 중이고 아직 결정난 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주로 공급하는 장비는 국내 장비 업체들이 국산화를 위해 꾸준히 투자해 온 분야다. 양사 합병으로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을 늘려 신장비 출시 주기를 당기고 턴키 방식으로 장비를 공급하는 등 마케팅 역량을 배가하면 국내 장비 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경쟁 구도가 깨지면 국내 반도체 소자 업체의 협상력도 약화될 수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총괄 사장도 얼마 전 “반도체 후방산업 전 분야에서 M&A를 활성화해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공룡 장비 업체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AMAT와 TEL은 지난해 9월 경영 통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AMAT가 93억9000만달러(약 10조원)에 TEL을 인수하는 형태고 새로운 본사는 네덜란드에 설립하기로 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