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첫 번째 영업정지가 나온 사례는 국회의 태만이 산업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준다.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43개 기업도 곧 영업정지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협력 업체까지 따지면 그 피해는 몇 배나 커진다.
이 법은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재도전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2010년 10월 18대 국회에 상정됐지만 회기가 끝날 때까지 처리되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2012년 12월 19대 국회에 다시 올라왔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해 11월 정보통신공사 업계가 탄원서까지 냈지만 방송법에 밀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업계는 격앙됐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정쟁에만 매달려 정작 민생 관련 법안을 뒷전으로 미룬 탓이다. 그나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의 선심성 처리를 예상하지만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난달 임시국회에서도 기대감이 높았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처럼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나온 법안 중 국회의사당에 쌓여 있는 사례는 100개가 넘는다. 지난해 ‘갑의 횡포’ 논란 이후 발의된 을을 위한 여러 개의 법안 처리도 꽉 막혀 있다. 문화 산업에서는 음악저작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디지털음원에 대한 모호한 정의를 명확히 해 업계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을 줄이기 위한 법안이지만 통과는 감감 무소식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가 규제 개혁에 맞춰진 상황에서 국회도 바뀌어야 한다. 기존 규제를 없애는 일도 중요하지만 산업 진흥의 새 실마리를 찾는 법안 처리도 급선무다. 여야 이견이 심한 이슈라면 모를까 누가 봐도 타당한 법안조차 다루지 않는다면 명백한 배임이다.
‘정치권이 산업을 육성하기는 힘들어도 망치기는 쉽다’라는 뼈 있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잠자는 법안으로 산업의 발목을 잡는 국회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눈에 보이는 정치적 행동보다는 산업을 위한 법안부터 꼼꼼히 살펴보고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