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미터 앞 우회전입니다.”
내비게이션이 방향 전환을 지시하자 방향지시등을 켜기도 전에 헤드램프가 교차로 사각지대를 비춘다. 야간 주행 중 주행경로를 미리 알고 비추는 스마트한 헤드램프가 있다면 걱정을 덜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AILS(Active Intelligent Lighting System)’는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받아 운전자 조작 없이 전조등 조명을 스스로 조절하는 차세대 지능형 헤드램프 시스템이다.
전기·전자 및 ICT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과 융합한 헤드램프의 진화가 지속되고 있다. 헤드램프는 빛을 조절하고 다스리는 광학기술의 집약체다. 그동안 유럽과 일본 등 선진 자동차 업체들이 주도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등 국내 업체들도 선진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선진 램프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다.
헤드램프는 자동차 기술 발전과 함께 진화를 거듭했다. 초창기 자동차는 2개의 등불을 헤드램프 삼아 어둠 속을 달렸다. 1900년대 초반까지 석유연료를 이용한 가스등을 이용됐지만, 곧 차량 배터리 전기를 이용하는 백열등으로 대체됐다. 이후 1960년대에는 유리구 안에 텅스텐 필라멘트를 고정하고 할로겐 가스를 넣는 구조의 할로겐등이 등장했다. 할로겐등은 일반 백열등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화합물을 봉입해 광량 손실 없이 전구 수명을 두 배 이상 늘렸다.
고압방전등으로 불리는 ‘HID’는 필라멘트 없이 전자가 형광물질과 부딪치면서 빛을 내는 방식으로 할로겐등보다 진보한 기술이다. HID 램프는 기존 램프보다 밝고 선명해 운전자 시야가 넓어지고, 전력 소모율이 낮아 고열로 생길 수 있는 램프 변형도 적다. 또 빛을 정밀하게 집중시켜 물체의 명암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HID는 밝은 빛 때문에 앞 차나 마주 오는 차의 시야를 방해할 수도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차량 운전환경이나 외부 환경에 따라 조명을 조정해 비추도록 한 것이 지능형 전조등 시스템인 ‘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다. AFLS는 차량 속도와 조향 핸들 각도, 차량 기울기 및 도로 상황 등에 따라 전조등 방향을 상하좌우로 조절한다. 운전자 시야를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마주 오는 차의 눈부심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LED 램프도 각광받고 있다. LED 램프는 기존 할로겐등보다 전력 효율이 우수하고 교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오래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까지 가격이 비싸 고급 차종 위주로 적용되고 있지만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또 차량의 디자인적 요소로 활용되는 면광원 램프도 확대되고 있다. 램프 표면 전체에 균등한 빛을 발산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