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출연연구기관 연구원 사이의 대화에 최근 들어 ‘정상화’라는 단어가 자주 오르내린다. 미래부가 추진하는 ‘출연연 정상화 대책’ 때문이다.
대책의 골자는 과도한 복리후생을 줄이는 것이다. 이행계획을 보면 고용세습, 비위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 등을 없애기로 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출연연은 즉각 반발했다. 전국공공연구노조가 정상화 대책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출연연 구성원들도 대놓고 목소리를 높이진 못해도 정상화 대책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다시 정상화 대책을 살펴봤다. 이번에도 과도한 부분이 눈에 띈다. 장기근속자 포상, 배우자 건강검진비 지원 등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없애겠다고 한 부분이다.
출연연 한 고참 연구원은 “어떤 대책은 예산 절감 효과가 출연연 전체로 봐도 10억원대에 그치는 것이 있다”면서 “절감하는 예산은 미약하지만, 떨어지는 출연연 구성원의 사기는 그보다 몇배는 클 것”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출연연 정상화 대책은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일환이다. 그동안 일부 공공기관이 방만한 경영을 하고, 과도한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일부 공공기관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만든 대책을 출연연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다.
출연연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과 다르다. 방만한 경영과 거리가 멀고, 맡은 임무도 다르다. 출연연은 국가 발전의 기반이 될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최고의 인력을 선발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최고의 인력을 유치하려면 최고 수준의 대우가 뒤따라야함은 물론이다. 장기근속자 포상 등 민간에서도 대부분 시행하는 기본적인 복지 제도마저 없애는 것을 출연연 구성원이나 출연연을 지망하는 학생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자명하다.
정부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이공계 출신 인재가 출연연보다 대학이나 기업을 선호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앞의 예산 절감이 아니다. 우수 인재 유치 방안 등 출연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발전 방안이 더 시급하다. 이것이 진정한 출연연 정상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