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치킨 게임 이후 수그러들었던 미세 공정 경쟁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모바일 D램과 낸드 플래시 시장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PC·TV 등 전방 시장 성장은 둔화되고 있는데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메모리 공급량은 급격히 늘어나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도시바 메모리 시장 4강 업체의 미세공정 전환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2GB 낸드 플래시 평균 가격은 1.03달러로 전 분기보다 7.6%나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면서 낸드 플래시 수요가 계속 줄어든 탓이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5’가 출시됐지만 시장의 기대감이 낮은 상황이어서 2분기 낸드 플래시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는 낸드 플래시 공급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 예상돼 수급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시 공장 화재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SK하이닉스가 청주 M12 라인을 D램에서 낸드 플래시로 다시 바꿨고 마이크론도 싱가포르 팹7을 D램에서 낸드 플래시 라인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4월부터 중국 시안 공장에서 3차원 적층 브이(V) 낸드 양산에 돌입한다.
미세공정 경쟁이 가열되면서 올 하반기 낸드 플래시 공급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부터 16나노 공정에서 낸드 플래시를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중 낸드 플래시 라인을 19나노에서 16나노로 전환하고, 도시바는 오는 4분기 16나노 공정 전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D램과 PC용 D램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D램 시장 전반에서 가격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얼마 전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25나노 공정에서 D램을 생산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20나노 공정에서 D램을 양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미세공정 경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D램 수요 증가율은 완만한 반면에 공급량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연내에 D램 생산라인을 25나노에서 21나노로 전환할 계획이다. D램 생산 공정이 25나노에서 20나노로 전환되면 생산량은 30%가량 늘어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안드로이드 진영 업체들이 64비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채택 계획을 하반기로 미루면서 메모리 수요가 기대보다 늘지 않고 있다”며 “모바일 D램뿐 아니라 D램·낸드 플래시 시장에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