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과 삼성이 초반부터 강공 카드를 꺼내들면서 세기의 특허소송이 난타전으로 흐르고 있다.
1일(현지시각) 미국 법원에서 열린 특허침해 2차 소송 재판에서 애플과 삼성은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애플은 승소한 1차 소송과 유사하게 ‘혁신’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했으나 삼성은 변호인단을 물갈이하는 한편 ‘안드로이드의 혁신성’을 강조하면서 맞불 카드를 꺼내들었다.
1차 소송에서 ‘혁신 vs 소비자 선택’ 대결 전략이 결국 패소로 이어지자 이번 소송에서는 ‘애플의 혁신’ vs ‘구글의 혁신’ 구도를 만든 셈이다.
이날 모두진술에서 원고인 애플 측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혁신성’이라는 카드를 다시 강조하며 배심원을 설득했다. 특히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의 발언이 담긴 문건을 제시하면서 삼성을 강하게 압박했다.
애플 측 변호인인 해럴드 맥엘히니는 2010년에 작성된 삼성전자 내부 문건을 제시하면서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의도적으로 모방했다고 설명했다. 이 문건에는 ‘디자인의 위기’를 언급하면서 “아이폰과 같은 것을 만들자”고 지시한 신종균 사장의 발언이 담겨 있다.
삼성은 새로운 대응 전략과 전술을 꺼내들었다.
재작년과 작년의 실패 사례를 거울 삼은 듯 ‘구글 안드로이드도 애플 못지않게 혁신적’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삼성 제품이 잘 팔린 것은 소비자 선택의 결과일 따름’이라고만 강조했다가 패소로 이어졌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전략 수정으로 풀이됐다.
양측의 공방이 시작되자 법정은 순간 뜨거워졌다.
맥엘히니 애플 측 변호인은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잡스가 당시 맥월드에서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는 화면을 보여 주면서 배심원의 ‘향수’를 자극했다. 아이폰의 혁신성을 부각하고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전략이었다.
맥엘히니는 특히 “아이폰과 같은 것을 만들자”고 지시한 신종균 사장의 발언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문건들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은 아이폰을 베끼는 것이 문자 그대로 삼성의 개발 과정에 내장돼 있다는 점”이라며 “이것은 특허가 난 발명을 ‘잘라서 붙이기’로 베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반격도 거셌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인 존 퀸은 “애플은 훌륭한 회사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은 아니다”며 애플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애플이 혁신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선도 기업이 정체돼 있을 때 다른 기업이 나타나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오는 일이 있다면서 구글이 그런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소송은 사실은 ‘애플 대 구글 안드로이드’에 관한 것”이라며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삼성 제품의 소프트웨어 특징은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개발될 때 들어간 특징들이고 삼성이 애플 제품에서 이 특징들을 보고 베껴서 자사 제품에 넣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구글이 매우 혁신적인 회사며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역시 스마트폰 분야에서 커다란 혁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애플이 주장하는 일부 특허는 아이폰에 쓰인 적조차 없다고 지적하면서 애플 측 전문가 증인으로 나선 존 하우저 MIT 교수의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기 1년 전에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성전’(聖戰)’을 다짐했다는 편지를 변론에서 공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편지는 잡스가 2010년 10월 임직원 연례회의인 ‘톱100’을 준비하며 보낸 것으로 2011년 ‘구글과 벌일 성전’이 당시 회의의 ‘주된 이유’라고 쓰여 있었다.
<애플과 삼성의 주요 주장과 반박>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