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장설립에 제동

테슬라와 관계 유지 원하지만 투자 리스크가 문제

테슬라모터스의 파나소닉과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에 제동이 걸렸다. 테슬라가 초대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파나소닉이 반대 의견을 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파나소닉이 테슬라가 지난 2월에 발표한 대규모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Gigafactory)’ 공동 설립 계획에 투자 결정을 보류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주 일본 동경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사장은 “테슬라와 관계 유지는 원하지만 기가팩토리 건설은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우리(파나소닉)가 감당하기 어렵다”며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 뉴욕 웨드부시(Wedbush)증권은 테슬라의 예상 주가를 295달러에서 275달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테슬라와 파나소닉은 50억달러(5조300억원)를 투자해 65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2017년부터 테슬라 전기차 전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필요한 초기 자금 20억달러(약 2조1400억원) 중 일부는 전환채권을 발행해 조달하면서 파나소닉도 상당액을 부담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몰이에 한창인 테슬라의 독점 배터리 공급사지만 파나소닉의 이 같은 갈등은 당연한 일이다.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아직 미미한데다 올해를 시작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모델을 대거 출시하기 때문에 테슬라에만 집중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테슬라 주력 전기차 ‘모델S’는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약 2만2400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북미 자동차시장 전체의 1%에도 못미치는 판매량이다. 지난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마저도 실제 수익에는 온실가스무배출차량(ZEV) 배출권(크레디트) 판매가 크게 기여했다. 미 정부가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신규 공장을 세웠지만 판매량이 적어 이들 대부분이 생산능력은 20%에도 못 미친다.

이 가운데 이미 완성차 기반의 고객층과 서비스 인프라를 확보한 글로벌 기업이 올해 내놓는 전기차만 20여종이며 2~3년간 출시가 확정된 전기차를 합치면 100여종에 달한다. 이 때문에 파나소닉은 다른 완성차 업체와 공급선 확보는 물론이고 합작사 설립까지 고려해야 한다. 파나소닉은 이미 도요타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PEVE를 운영 중이며 폴크스바겐과 포드의 일부 전기차에도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이들 물량이 늘어날 경우 합작 공장 설립에 필요한 자금도 비축해야 한다.

테슬라-파나소닉 합작공장 설립에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경쟁사인 삼성SDI와 LG화학의 추가 공급처 확대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업체로 유일하게 소형전지(모델명 18650)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전지는 주로 노트북 등 가전에 사용되는 이차전지로 파나소닉을 포함해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과 삼성SDI가 선두권을 확보하며 시장 경쟁력을 갖춘 것도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