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휴대폰은 그저 전화와 문자 기능만이 전부였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PC의 모든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이 자동차 산업에도 불고 있다. 최근 수년간 운전자보조시스템(DAS:Driver Assist System)과 관련한 많은 신기술이 도입되고 있고, 구글카와 같은 자율주행 자동차도 공개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자동차의 근본 기술이 기계에서 전자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던 자율주행 자동차를 실제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날도 그리 머지않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자율주행이란 운전자가 명령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스스로 운전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운전자가 차량을 직접 조작하지 않고 목적지를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찾아갈 수 있는 기술로 진화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반 기능과 함께 차량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하는 많은 환경 센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일반 자동차는 운전자의 눈과 귀 등의 감각을 이용해 운전 중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미래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카메라, 레이더 등과 같은 환경 센서들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주행할 것이다. 이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국내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자동주차 보조 시스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긴급제동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자율주행 자동차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 기술들의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미 양산하고 있다.
이 중 긴급제동 시스템이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긴급제동 시스템은 운전자를 대신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는 자동으로 제동장치를 가동해 차를 멈추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인간보다 빠른 반응 속도로 차량을 제어해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은 졸음운전과 같은 상황에서 차량이 차선을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전자 및 센서 기술은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핵심 기반 기술인 센서 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환경 센서에 대한 국산화 비율은 기술력의 한계 및 연구개발 투자비의 부담 우려로 인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반드시 센서의 국산화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하며 기업에서도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
또 자동차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정책과 법규 등도 발을 맞춰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NCAP(New Car Assessment Program)는 새로운 차의 안전등급 평가 시 앞서 언급한 기술이 적용됐을 대 가산점을 주는 데 비해, 국내 NCAP는 이제서야 평가 기준을 제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 출시 차량에는 대부분의 새로운 기술을 발 빠르게 채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선택사양으로 남는 사례가 종종 있다.
새로운 기술을 열심히 개발해도 적용할 수 없다면 자동차 관련 업체에는 큰 손해고,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결국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이다. 산업 규모 축소, 고용창출 둔화, 인력 부족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정책의 속도가 보조를 맞출 때, 산업 생태계가 더 활발해질 것이다.
자동차의 본질은 안전하고 빠른 이동 수단이다. 자동차 업계는 사람들의 편의와 사고 예방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엄격한 검증을 통해 개발하고, 정부 역시 발빠른 정책 반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김주신 만도 사장(CTO) jusin.kim@halla.com